[기고/김상식]연구실서 잠자는 특허기술 산업화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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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식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산학협력단장
김상식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산학협력단장
국내 대학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꾸준히 연구중심대학으로 변모해왔다. 현재 20개 이상의 국내 대학이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세계 순위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대학의 연구 논문이 국제 저명 논문지에 게재되는 수가 매년 9% 증가하고 있다. 이 논문들은 학술적인 연구 결과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연구 역량도 포함하고 있다. 그만큼 창의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대학의 창의적 자산이란 무엇일까?

대학이 가진 실용적인 아이디어, 우수한 기술 및 특허일 것이다. 대학은 실용적 가치가 높은 아이디어나 기술을 논문 게재와 함께 국내외에 특허로 출원과 등록을 하고, 상황에 따라선 특허 출원 없이 아이디어나 기술로만 보유하기도 한다.

국내 대학은 현재 4만 건에 이르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그중에는 국제특허를 다수 보유한 대학들도 있다. 특허 보유 수만 보면 국내 대학은 글로벌 수준이다. 하지만 창의적 자산이 얼마나 실용화됐는지 살펴보면 아직 글로벌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실용화란 아이디어와 특허를 산업체에 기술이전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창업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대학의 기술이전율은 대략 15% 정도이다. 대학이 보유한 100개의 아이디어나 특허 가운데 15개만 산업체에 기술이전된다는 이야기이다. 이에 비해 미국 대학의 기술이전율은 38%나 된다. 또 국내 대학은 대학당 연평균 1개의 기업을 창업하지만 미국 대학은 4개 기업을 창업한다.

왜 우리 대학들은 실용화에 뒤질까. 연구실에서 만든 기술이 산업화하려면 기업이 원하는 기술완성도를 갖춰야 하는데 대부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또 기술완성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사업화를 위해서는 자금과 시장 같은 ‘죽음의 계곡’을 넘어야 한다. 국내 대학의 연구역량이 높아가고 있다고는 하나, 실용화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교수와 대학원생들만으론 극복하기 힘든 어려운 문제다.

국내 대학도 실용화를 돕는 전문가 그룹이 필요하다. 이들이 연구실 여건에 맞게 기술완성도를 갖추는 조언을 하고, 성공리에 창업할 수 있도록 사업자금 유치를 도와주고 시장분석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

최근 교육부는 산학협력촉진법에 따라 대학에 설치된 산학협력단의 실용화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연구과제 및 특허 관리에 관한 업무에 주로 치중하는 산학 협력단에 연구 생태계를 잘 이해하고 창의자산을 실용화할 수 있는 탄탄한 전문가 그룹이 포진하게 되면 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상식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산학협력단장
#특허#산업화#실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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