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동아ST가 개발한 항생제 ‘테디졸리드’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시벡스트로’라는 제품명으로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이 FDA에서 승인을 받은 것은 2003년 LG생명과학의 항생제 ‘팩티브’에 이어 두 번째다.
김성훈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장(서울대 약대 교수)은 “토종 신약의 미국 시장 진출도 쾌거지만, 평균 13∼15년 걸리는 신약 개발 기간을 10년으로 3년 이상 대폭 단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테디졸리드의 미국 내 판매를 담당하는 큐비스트가 1993년 설립됐을 당시 연구원으로 일한 인연이 있다. ○ 암 전이 억제 물질 발굴 성공
테디졸리드가 10년 만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의 항생제 ‘자이복스’와 동일한 타깃을 공략한 덕분이다. 자이복스의 타깃은 세균의 리보솜. 자이복스는 이 리보솜에 붙어 세균의 단백질 합성을 방해해 균이 번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김 단장은 “신약 타깃을 한번 발굴하면 여러 종류의 신약을 빠른 시일 안에 만들기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약 타깃을 발굴하는 일은 쉽지 않다. 평균 성공률이 고작 1000분의 1 정도다. 국내 제약사는 물론이고 자본력이 있는 글로벌 제약사도 이 정도 승률만 보고 타깃 발굴에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신약 타깃이나 타깃이 될 만한 후보물질은 주로 대학 실험실에서 연구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신약 후보물질의 40%가 대학에서 나왔다.
신약 개발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의 경우 타깃을 찾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쓰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1년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을 글로벌프런티어사업단으로 선정해 올해까지 455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도 몇 년째 연구단에 수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연구단의 주 대상은 항암제 타깃이다. 최근 연구단은 암 전이를 일으키는 KRS 유전자를 새로운 타깃으로 발굴한 데 이어 KRS의 작동을 막아 암 전이를 억제하는 물질까지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김 단장은 “암 치사율이 높은 이유는 전이가 일어나기 때문인데 아직 이를 억제하는 신약이 전혀 개발되지 않은 만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 ‘신약의 조건’ 갖춘 후보물질 압축이 핵심
지금까지 연구단이 찾아낸 암 전이 억제 물질 후보는 총 6개. 하지만 이들이 모두 신약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골라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연구단의 진정한 ‘노하우’가 발휘된다. 한균희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약에도 ‘관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고, 이 특징만 잘 잡아내면 신약 개발 가능성을 어느 정도 점칠 수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시간을 얼마나 끄는지에 따라 신약 개발 기간이 좌우된다”고 말했다.
그간 연구단이 골라낸 ‘신약의 조건’으로는 크기가 500kD(킬로돌턴·1kD은 산소원자 질량의 16분의 1) 이하의 작은 물질일 것, 수소결합기는 적고 지용성을 띨 것 등이 있다. 이런 조건들을 만족해야 소위 ‘약발’이 먹히는 것이다.
연구단은 현재 이렇게 고른 최종 후보 물질을 이용해 유한양행과 함께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또 내성 문제가 있는 항암제인 ‘라파마이신’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타깃(LRS 유전자)도 최근 찾아내 이를 억제할 후보물질을 압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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