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의 SNS 민심]‘이영표’와 관련된 상품 연관어 1위는 문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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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조별리그 막바지에 이르면서 16강 진출팀이 속속 가려지고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 전통적 강호팀이 예선 탈락하고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등 변방의 팀이 승승장구하는 이변이 연출되면서 지구촌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은 알제리전 패배로 16강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벨기에를 두 골 차 이상으로 이기고 러시아가 알제리를 1 대 0 정도로 이겨야 하는 최악의 경우에 몰려 있다.

월드컵 개막 하루 전인 6월 12일부터 25일 낮 12시까지 2주 동안 트위터와 블로그에 ‘월드컵’을 언급한 글을 올린 문서수(버즈양)는 모두 96만7378건이었다(브라질, 월드컵, 축구,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를 키워드로 검색했다). 같은 기간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언급량보다 조금 적은 수치다. 문 전 총리 후보자의 언급량은 97만1127건이었다.

월드컵 언급량이 문 전 총리 후보자 언급량보다 적었다는 것은 세월호 참사 영향으로 한국 국민들이 비교적 조용하게 브라질 월드컵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날짜별로 보면 개막일인 6월 13일 처음 일일 5만 건을 넘었고 러시아전이 치러지기 전까지는 매일 10만 건을 밑돌다가 러시아전이 열리던 18일에 18만5000여 건을 기록했다. 이후 다시 10만 건 이하로 뚝 떨어졌다가 알제리전이 열리던 23일 17만4000여 건을 기록했다. 이후 16강 진출이 불투명해지면서 급격히 떨어졌다.

월드컵 인물 연관어로는 1, 2위에 알제리전과 러시아전에서 각각 골을 기록한 손흥민 이근호가 차지했다. 손흥민의 골은 답답한 경기 흐름을 되돌릴 만큼 강렬했다. 러시아전 선제골을 넣은 이근호는 그가 현역 육군 병장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많이 언급됐다. 월드컵같이 큰 대회에서 하이라이트는 역시 골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어 박주영 홍명보가 3, 4위를 차지했다. 재미있는 대목은 손흥민 이근호에겐 찬사 언급이 집중된 반면 박주영 홍명보에겐 비판 언급이 많았다. 특히 알제리전 결과에 대한 홍 감독 책임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핵심은 프로리그 출전시간이 절대적으로 적었던 박주영을 중용한 홍 감독의 전략적 실패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알제리전 전반 말미에 한 트위터러가 “3대빵은 이해할 수 있지만 슛빵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알제리전 전반전에 대한민국은 단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고, 박주영은 두 경기를 통틀어 한 개의 슛도 날리지 못했다. 기성용과 구자철도 각각 5위와 8위에 올랐다. 외국 선수로는 네이마르(브라질)와 호날두(포르투갈)가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은 선수도 감독도 아닌 이영표 KBS 해설위원이다. 이 위원은 이근호 손흥민의 골과 스페인 몰락 등을 족집게처럼 예언해 이번 월드컵에서 단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데이터 분석에 기초한 새로운 해설문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얻고 있는 이영표를 언급한 2만3000여 건이었다. 관련된 심리 연관어 1위가 ‘몰락’이었는데 이는 스페인의 몰락을 예언한 결과였고, 2위가 대박, 3위가 화제였다. 이영표 전체 연관어 6위엔 예언이 올라 있고 상품 연관어의 압도적인 1위는 문어다. 이는 2010년 월드컵을 정확하게 예언했던 문어 때문에 나온 말이다. 이영표에겐 ‘인간문어’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 위원 덕분에 KBS는 시청률과 방송사별 버즈양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월드컵 기간 방송사 연관 언급량을 보면 KBS가 5만3400건, MBC가 2만6792건, SBS가 2만6199건 등으로 나타났다.

월드컵 심리 연관어로는 ‘응원’ ‘파이팅’ ‘즐기다’가 압도적으로 많이 언급되면서 1, 2, 3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고맙다’ ‘좋아하다’ ‘멋진’ ‘잘하다’ 등이 이어갔다. 세월호 참사와 총리 인사 파동 등 우울한 사회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은 긍정적으로 즐겼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심리 연관어 10위에 세월호 참사가 오른 것은 희생자와 가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한쪽에 자리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한편 러시아전에 대한 긍정어 분포는 62%였고, 알제리전에 대한 긍정어 분포는 46%였다. 러시아전 심리 연관어는 1위부터 ‘응원’ ‘파이팅’ ‘우승’ ‘축하’ ‘잘하다’ 등 긍정어 일색이었던 데 반해 알제리전 심리 연관어에는 ‘관심 없다’ ‘불편’ ‘패배’ ‘연결되지 않다’ ‘희망 없다’ 등의 부정어가 10위 안에 포진했다.

독자들이 이 글을 보시게 되는 시간은 이미 벨기에전과의 새벽 경기가 끝난 상태일 것이다.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16강 진출을 위해 태극 전사들이 최선을 다해줄 것으로 믿는다. 알제리전 전반 말미에 이영표 해설위원이 한 말은 이번 벨기에전에도 유효한 것처럼 보인다. “상대가 무엇을 하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의 것을 하는 것이다.”

선수들이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국민도 기꺼이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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