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동양인의 알코올 분해능력은 서양인 절반 수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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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립

‘러시아 보드카, 독일 맥주, 프랑스 와인, 멕시코 데킬라, 한국 소주, 중국 고량주, 일본 사케…’

세계 각국에는 그 나라 사람들의 열띤 사랑을 받는 전통술이 있다. 술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각종 요리와 함께 음식문화를 대표하며 전 세계인들의 미각을 돋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각국의 전통술 종류가 그 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유전적인 알코올 분해 능력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 평균 40도 이상을 넘는 알코올 도수를 자랑하는 유럽의 증류주 보드카, 위스키와 달리 동아시아 지역 주류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10∼20도에 머물러 있다. 왜 일까?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등 극동아시아 인구는 서양인에 비해 알코올 분해효소인 항이뇨호르몬(ADH) 분비 능력이 40∼5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차적으로 동양인은 알코올 자체의 분해 능력이 더 떨어진다는 것.

더 큰 문제는 ADH와 만난 알코올이 만들어내는 신경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각종 연구에서 동양인의 약 20% 가량은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효소인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ALDH) 양이 매우 적거나, 아예 분비하지 못하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결국 동양인이 서양인과 같은 양의 술을 마시면 훨씬 많은 양의 알코올성 독소가 온 몸에 쌓이고,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시간도 느린 것이다.

술을 마신 뒤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두통이 일어나는 건 순전히 아세트알데히드에 의한 작용이다. 숙취는 대개 음주 후 6∼8시간이 지난 뒤에 나타나는데 대개 두통, 수면장애, 심계항진, 구토, 설사, 불안, 집중력 저하 등에 시달린다. 심한 경우에는 급성 알코올 독성에 의해 일시적 기억상실(blackout)까지 나갈 수 있는데 이는 아세트알데히드를 제대로 분해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영국에서 흥미로운 임상 결과가 나왔다. 술독을 해독하는 효소가 많이 나오는 사람들에 한해서만 식사와 함께 와인 1∼2잔을 섭취했을 때 관상동맥질환 위험성이 32% 줄고, 몸에 좋은 고밀도콜레스테롤(HDL) 수치가 12% 높아졌다는 것. ADH, ALDH가 부족한 사람들의 경우 오히려 각종 지표는 더 악화되기만 했다.

따라서 서양 식사문화에 반드시 와인이나 맥주가 곁들여지는 건 그 지역 사람들의 유전적인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동양인이 자신의 유전상태도 모르고 어설프게 서구식 식사를 지속하다가는 큰 화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ADH, ALDH 수치는 의료기관에서 실시하는 혈액검사를 통해서 쉽게 측정할 수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는 말처럼 자신의 음주 유전형을 확인하면 술병 쉽고 미리 예방할 수 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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