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수익’ 1년새 6조 우르르… 랩어카운트의 화려한 부활

2011년 ‘수익률 참패’ 외면 받았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대안 투자처 부상
증권사 운용하는 ‘일임형’ 인기끌어… 2013년보다 9% 늘어 70조원 육박
“노후자금 등 수요 커 계속 유입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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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이모 씨(56)는 지난달 2억여 원의 적금을 찾아 고스란히 ‘랩어카운트(자산관리종합계좌)’에 집어넣었다. 그는 “자산운용 전문가들이 알아서 다양한 곳에 분산 투자해준다고 해서 돈을 넣었다”면서 “주식보다 덜 위험하고 수익률은 은행금리보다 높은 점에 끌렸다”고 말했다.

자산관리전문가들이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랩어카운트 투자상품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투자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랩어카운트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랩어카운트의 운용액은 69조1567억 원으로 작년 4월 말(62조8594억 원)에 비해 9.11%, 자산으로는 6조 원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고객도 82만8566명에서 94만8528명으로 13.18% 증가했다.

2003년 10월 랩어카운트가 한국에 처음 등장했을 때 한 개의 계좌를 통해 주식 채권 펀드 등에 투자할 수 있고, 전문가들이 돈을 굴려준다는 장점 때문에 자산가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11년 상반기에는 투자자문사가 자문에 응하고 고객이 직접 주문하는 ‘자문형 랩어카운트’가 돌풍을 일으키며 9조 원 이상의 운용액을 끌어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말 증시 하락과 함께 일부 자문형 랩어카운트의 수익률이 크게 하락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당시 증시가 하락하자 자동차 화학 정유 등의 일부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자문형 랩어카운트의 수익률이 코스피 하락률의 2배에 이르는 등 손실이 컸기 때문이다. 당시의 ‘학습효과’ 때문에 올해 4월 말 현재 자문형 랩어카운트의 운용액은 2011년보다 크게 줄어든 2조3396억 원에 그쳤다.

자문형 랩어카운트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전체 랩어카운트의 운용액이 늘어난 것은 증권사가 고객의 자산을 맡아 대신 운용해주는 ‘일임형 랩어카운트’가 선전한 덕분이다.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본사가 총괄 운용하는 ‘본사운용형 랩어카운트’와 지점이 운용하는 ‘지점운용형 랩어카운트’로 나뉘는데 최근에는 지점의 전문가와 고객이 일대일 상담을 통해 맞춤형 투자를 할 수 있는 지점운용형 랩어카운트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올 4월 말 현재 본사운용형 랩어카운트 계약건수는 1년 전에 비해 9.97% 늘었지만 같은 기간 지점운용형 랩어카운트 계약 건수는 16.66%나 증가했다. 박건엽 미래에셋증권 글로벌자산배분팀장은 “맞춤형 투자가 가능한 지점운용형의 반응이 특히 좋다”고 말했다. 현금이 있는데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법인들도 요즘 맞춤형 랩어카운트에 많이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높은 수익률도 고객을 끌어들이는 이유다. 본사운용형 상품인 신영증권의 ‘신영가치투자형 랩어카운트’는 최근 1년간의 수익률이 45.52%다. 신한금융투자의 ‘신한명품 세븐아이즈 랩어카운트’와 우리투자증권의 ‘중소형주 랩어카운트’도 1년간 각각 13.43%, 12.09%의 수익률을 냈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5%가 채 안 된다. 지점운용형 랩어카운트는 지점마다 포트폴리오가 달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다.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가 많아 손실을 보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증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상품 가입 금액기준이 완화돼 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도 자금 유입에 한몫했다. 예전에는 랩어카운트의 최소 가입금액이 5000만 원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최소가입 금액이 30만 원인 상품도 있다. 전문가들은 “노후자금이나 자산운용에 대한 수요가 점차 커지면서 랩어카운트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지영 기자 jjy0166@donga.com　　

:: 랩어카운트(Wrap Account) ::

랩어카운트는 ‘포장하다’는 뜻의 ‘랩’과 계좌의 ‘어카운트’가 합쳐진 말. 여러 종류의 자산운용 서비스를 하나의 계좌로 싸서(wrap) 운용해 주는 ‘자산종합관리계좌’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