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거대 자본과 內需시장을 무기로… ‘新 IT인해전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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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IT공룡들 ‘위험한 구애’]
한국 게임 수입해 팔던 中기업… 덩치 큰 뒤엔 ‘비싼 통행세’ 요구
판매수익 90%까지 차지하기도
화웨이-ZTE 등 통신장비 업체도 삼성-LG전자 적수로 떠올라

정보기술(IT)분야에서 ‘신(新) 넛크래커(Nut Cracker·호두 까는 기구)’ 시대가 시작됐다는 소리가 나온다. 막강한 자본과 거대한 내수 시장,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어우러져 폭발적으로 성장한 중국의 거대 IT 기업들이 한국 공략을 본격화하면서다.

한때 ‘세계의 공장’ 중국과 첨단 기술력을 지닌 일본, 그 사이에 끼인 ‘호두’ 같은 한국의 상황을 ‘넛크래커’ 시대로 불렀다. IT 분야의 신 넛크래커는 미국과 중국, 그 사이에 끼인 ‘IT 강국’ 한국을 표현한 말이다.

중국 1위 인터넷 기업 텅쉰(騰訊·Tencent)은 초기 성장 기반을 한국 벤처기업과의 협력으로 닦았다. 2003년 게임 산업에 진출하며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대신에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같은 우수한 한국산 게임을 중국에서 판매하며 대박을 터뜨린 것.

하지만 지금의 텅쉰은 한국 게임 개발사들을 쥐락펴락하는 ‘슈퍼 갑’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거치지 않으면 안 되는 관문 역할을 하면서 비싼 ‘통행세’를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텅쉰은 중국 시장 판매 수익의 90%를 갖고, 개발사에는 10%만 나눠준다. 텅쉰에서 ‘검수’를 이유로 출시를 늦추면 모든 정보를 넘겨준 상태에서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도 나온다.

한 게임 개발사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어쩔 수 없이 불합리한 처사도 감내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미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국내 기업이 애플로부터 받았던 일방적인 대접을 중국 기업에서 똑같이 받고 있는 셈이다.

한국 IT 산업을 위협하는 것은 게임, 인터넷 분야뿐만이 아니다. 세계 2위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華爲)를 비롯해 ZTE, 레노버, 샤오미(小米) 등 중국 제조사 역시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의 만만찮은 적수로 떠올랐다. 화웨이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2013년 1분기부터 LG전자를 제치고 3위 자리를 유지하는 한편 삼성전자가 강세를 보여 왔던 국내 롱텀에볼루션(LTE) 통신장비 시장까지 진출했다.

중국 시장을 발판으로 급성장한 중화권 기업도 한국에는 큰 위협이다. 대표적인 곳이 대만의 훙하이(鴻海)그룹이다. 훙하이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폭스콘(Foxconn)은 삼성, LG, 모토로라, 노키아, 애플 등 휴대전화 제조사의 외주 생산을 맡으며 덩치를 키워 지난해 매출이 148조 원에 이른다. 이를 기반으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클라우드 서비스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곳 역시 한국 벤처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달 16일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한 훙하이그룹의 궈타이밍(郭台銘) 회장은 전통적 고객사인 삼성과 LG 대신 ‘판교 테크노밸리’가 위치한 경기 성남시와 서울 강남구 소재 창업지원센터 ‘디캠프’를 찾았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해서 IT 노하우를 습득할 의향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중국#IT#통행세#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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