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바닷가재-초밥… 지상만찬 뺨치는 ‘우주인의 식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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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무는 우주인은 애피타이저, 메인 요리, 디저트까지 ‘풀코스’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대개 통조림이나 튜브에 들어있지만 맛과 영양 모두 뛰어나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요즘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무는 우주인은 애피타이저, 메인 요리, 디저트까지 ‘풀코스’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대개 통조림이나 튜브에 들어있지만 맛과 영양 모두 뛰어나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비프스테이크, 바닷가재, 사골우거지국, 육포, 꽃빵, 토마토…. 지구 상공 약 330km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즐기는 우주인의 한 끼는 지상의 여느 풀코스 부럽지 않다. 애피타이저인 버섯수프로 입맛을 돋운 뒤 메인 요리로 비프스테이크를 먹고 디저트로 토마토까지 즐길 수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우주 메뉴는 400여 종. 내년에는 우주에서 갓 내린 뜨거운 에스프레소도 즐길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160g 튜브에서 풀코스로 진화

1961년 인류 최초로 우주 공간에 발을 디딘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한 끼는 소박했다. 우주에 머물렀던 1시간 48분 동안 가가린은 160g 용량의 치약 튜브처럼 생긴 용기 3개에 담아 온 다진 고기와 초콜릿소스를 짜 먹어야 했다. 1970년대 미국의 아폴로계획에 따라 8일간 지구와 달을 왕복했던 우주인들은 냉동식품을 먹었다. 맛보다는 생존을 위한 음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 ISS에 머무는 우주인들은 나이프에 포크, 숟가락을 들고 제대로 식사를 즐긴다. 냉장실과 냉동실이 갖춰져 있고 여기에는 한 끼에 3가지씩, 일주일 동안 맛볼 수 있는 메뉴 72종이 보관돼 있다.

우주 음식 개발은 화성 탐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지구와 화성을 왕복하는 데는 500일 이상 걸린다. 3년 가까이 우주인이 우주 식품만 먹으며 버티기 위해선 영양과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맛도 빼놓을 수 없다.

○ 중식, 일식, 한식까지 종류도 다양

미국과 러시아 우주인이 대다수인 만큼 우주식에는 스테이크, 파스타 등 양식이 많다. 스테이크를 포함해 우주로 올라가는 대부분의 식품은 방사선을 쪼여 완전 멸균상태로 만든다. 완전 멸균상태가 아니면 부패할 가능성이 있고 우주인이 이 음식을 먹고 식중독에라도 걸리면 지상에서와 달리 조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우주인들에게는 중식도 인기다. 우주용 중식은 2003년 중국 최초의 우주인 양리웨이를 위해 처음 개발됐고 현재 60종 이상 나와 있다. 닭고기와 땅콩, 고추 등을 매콤하게 볶은 쿵파오치킨, 꽃빵 등이 무중력 상태에서도 국물이나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변형됐다.

일식도 30종 이상 개발됐다. 일본 우주인 노구치 소이치는 2010년 2월 ISS에 머무는 동안 최초의 ‘우주 초밥 요리사’로 활약하기도 했다. 당시 노구치는 말린 김에 흰쌀밥을 싸서 돌돌 말아 김밥을 만드는 과정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 이렇게 만든 김밥은 일본식 라면이나 된장국과 함께 우주에서 즐길 수 있다. 라면과 된장국 모두 건조시킨 형태여서 여기에 물만 부으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한식도 미역국 라면 밥 닭죽 등 24종이 우주 식품으로 개발됐다. 한식은 국이나 찌개 등 끓여야 제맛이 나는 음식이 많아 우주 음식으로 개발하기가 어렵다. 송범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주에서는 물이 70도면 끓는다”면서 “우주 라면은 지구에서 먹는 라면보다 면발에 미세한 구멍을 많이 만들어 낮은 온도에서도 면발에 열을 골고루 잘 전달해 익게 만든다”고 말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인 김치도 우주용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유산균을 모두 제거해 영양학적 측면에서는 지상의 김치보다 떨어진다. 송 연구원은 “단 한 마리의 유산균만 있어도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 때문에 포장한 캔이 폭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60초 만에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내려주는 우주 전용 커피머신 ‘이스프레소’. 라바차 제공
버튼 하나만 누르면 60초 만에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내려주는 우주 전용 커피머신 ‘이스프레소’. 라바차 제공
○ 우주 식사 후엔 에스프레소 한 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ISS에서 인스턴트커피 대신 갓 내린 뜨끈뜨끈한 에스프레소를 맛볼 수 있다. 이탈리아의 유명 커피회사인 라바차는 최근 자국의 우주벤처와 손잡고 ISS용 에스프레소 기계 ‘이스프레소(ISSpresso)’를 개발했다.

이스프레소의 가장 큰 특징은 커피를 내릴 때 발생하는 수증기가 기계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도록 했다는 점이다. 수증기가 ISS 내부의 전자 회로를 부식시켜 기계 오작동을 일으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스프레소는 수증기와 뜨거운 물을 기계 안에 가둬놓기 위해 400기압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스프레소는 약 20kg으로 내년에 발사될 미국의 민간우주선 ‘시그너스(Cygnus)’에 실려 ISS로 운반될 예정이다. 유럽우주국(ESA)의 우주인 사만타 크리스토포레티는 트위터에서 “우주의 첫 에스프레소 기계를 작동시켜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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