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하 교수 ‘제국의 위안부’ 논란에 “사과할 생각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7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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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들이 박유하 세종대 일어일문과 교수가 작년 8월 출판한 책 '제국의 위안부(328쪽·뿌리와 이파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나 '일본군의 협력자'로 매도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 박 교수가 "사과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지금, 이곳에 머무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잘못한 것이 없는데 사과하는 건 옳지도 않거니와 저 자신을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는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책에 썼다고 소송주체들이 말했다는 내용은 대부분 왜곡되어 있다"면서 "이런 식의 왜곡 자체가 저에 대한 '중상'이자 '명예훼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소송의 주체는 실제로는 나눔의집 소장으로 여겨지지만 그에게 왜곡된 설명을 들었거나 책의 일부를 봤을 지도 모르는 할머니들의 분노는 이해한다"며 "그리고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되었다 하더라도 아무튼 저로 인해 할머니들이 마음 아프셨다면 죄송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권력화'한 특정인 몇 명이 다수 위안부 할머니의 뜻과 상관없이 이번 소송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홉 분이 소송 주체가 되어 있지만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분은 몇 분 안되는 걸로 안다"며 "실제로 어떤 분은 '그런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말씀하신 분도 계시다"고 토로했다.

한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정복수 할머니(98) 등 9명은 이날 박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출판·판매·광고 등을 금지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서울 동부지검에 냈다.

피해자 할머니들은 고향에서 갑자기 일본군에게 끌려가 영문도 모르고 성 노예로 착취당했다고 입을 모으며 "박 교수의 책은 거짓"이라고 증언했다.

다음은 박 교수 페이스북 글 전문

"지금,이곳"에 머무는 이유

심란했던 하루가 지났습니다. 페친 여러분들을 포함,여러 지인들의 연락과 격려를 받았습니다.

5월에 이미 나눔의집 소장에게 들은 이야기니 예상치 않았던 일은 아니지만 정작 당하고 보니 솔직히 많이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우선은 예정에 없던 시간과 체력을 소모하게 될 일이 무엇보다 큰 부담입니다.

지인들의 조언중엔 그런 소모보다는 사과하고 끝내라는 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잘못한 것이 없는데 사과하는 건 옳지도 않거니와 저자신을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연합뉴스 말고도 몇몇 신문이 보도한 듯 합니다. 보면서 다시 한숨이 나왔습니다. 책에 썼다고 소송주체들이 말했다는 내용은 대부분 왜곡되어 있습니다. 이런 식의 왜곡 자체가 저에 대한 "중상"이자 "명예훼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주체가 말한 사람인지 받아 적은 기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동안 지원단체와 언론이 만들어온 "한국의 상식"과 다른 의견을 말했다가 무사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대통령도 지원단체의 비판을 받고 자신의 주장을 굽혔지요.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무사했던 건 저의 말이 다른 이들과는 달랐기 때문이라고 확신합니다. 그걸 알아봐 주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지,그에 따라 이 싸움의 결론이 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소송의 주체는 실제로는 나눔의집 소장으로 여겨지지만 그에게 왜곡된 설명을 들었거나 책의 일부를 봤을 지도 모르는 할머니들의 분노는 이해합니다.

그리고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되었다 하더라도 아무튼 저로 인해 할머니들이 마음아프셨다면 죄송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문제는 여러번 써 온 것처럼 '할머니'도 결코 하나가 아니어서 그 중엔 권력화된 할머니도 계시다는 점입니다.실제로 몇분의 할머니와 얘기하던 중 그런 말을 넌지시 비친 분도 있었습니다.

"당신 하나쯤 내 말 한마디면 어떻게든 할 수 있어"라는 뜻의 말을 우회적으로 내비치시는.

뿐만 아니라 아홉분이 소송주체가 되어 있지만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분은 몇분 안되는 걸로 압니다.

실제로 어떤 분은 "그런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말씀하신 분도 계십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착잡한 심경입니다.

4월16일의 세월호참사가 밝힌 것이 기득권층의 권력과 신자유주의 의 문제라면 6월16일,꼭 두달만에 제게 벌어지고 있는(이걸 쓰는 도중 나눔의집 기자회견중이라며 어떤 기자가 인터뷰신청을 해 왔네요)일은 그 반대쪽에 있는 것처럼 보였던 이들이 갖고 있던 문제입니다.

세월호 사태로 인해 많은 분들이 한국사회에 절망하고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 하셨지요.

저는 아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본의 대학에서 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지만 제가 해 온 일이 '지금,이 곳'에서라야만 의미를 갖는 작업이었기에 고사했습니다.

그리고 힘들더라도 계속해 나가려 합니다. 아직은 외롭지만 함께 해 주는 이들이 있으니까
무엇보다 저의 작업이 일본이 아니라 한국을 위한 일이라는 믿음에도 변함이 없으니까요.

응원해 주신 페친 여러분들의 존재도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필요한 정보들을 말하고 전달하는 일에 최근엔 좀 게을렀지만,이제 좀 더 부지런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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