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브라질]첫판 앞두고 만난 호날두, 기자들 ‘들었다 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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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Cup Brasil 2014]

사우바도르=GettyImages 멀티비츠
사우바도르=GettyImages 멀티비츠

사우바도르=김동욱 기자
사우바도르=김동욱 기자
“기자회견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왜 늦어지나요?”

“음…당신들은 기자죠? 직접 물어봐 주세요.”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도 정말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16일(한국 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폰치노바 경기장 기자회견장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100여 명의 취재진이 영문도 모른 채 1시간 넘게 기다렸다. 이유는 단 하나. 세계 최고의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포르투갈·사진)를 만나보기 위해서였다.

호날두의 기자회견은 당초 훈련 전에 열리기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기자회견 30분 전 갑자기 훈련 뒤 기자회견이 열린다고 FIFA가 알려왔다.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취재진이 기자회견장을 찾았지만 1시간 넘게 호날두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월드컵이 열린 뒤 그 어떤 선수도 기자회견에 10분 이상 늦은 적이 없다. 포르투갈 기자는 “호날두가 기자회견장에 입을 옷을 고민하고 머리를 매만지느라 늦는 것 같다. 포르투갈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갑자기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지며 기자회견장이 순간 술렁였다. 호날두가 환한 미소를 띠며 나타난 것. 한 기자가 불만 섞인 표정으로 “예정된 시간보다 많이 늦었다. 왜 늦었나”라고 물었다. 호날두는 옆자리에 앉은 파울루 벤투 감독을 잠깐 바라보더니 “내가 정말 늦었나? 잘 모르겠다”며 능청스럽게 넘어갔다.

취재진의 질문이 곤란하든 공격적이든 호날두는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줬다. 최근 부상으로 팀에 기여할 수 있느냐는 공격적인 질문에도 호날두는 “난 110%의 몸 상태는 아니다. 다만 100%의 몸 상태일 뿐이다. 난 몇 년 동안 가장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 왔다. 표를 사고 나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에게 최고의 쇼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적절하게 농담을 섞으며 경직된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지휘하는 대장이냐”는 질문에 호날두의 대답은 코미디언 못지않았다. “저는 집에서만 대장입니다.”

20여 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이 끝나자 호날두는 취재진에 눈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기자회견장에 있었던 취재진은 20분 전의 표정과 달리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호날두는 그라운드 안을 넘어서 밖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을 가진 선수였다. 호날두를 직접 처음 봤다는 브라질의 기자는 “호날두가 왜 슈퍼스타인지 잘 알 수 있었던 기자회견이었다. 20분 만에 그의 팬이 됐다”며 웃었다.

사우바도르=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기자회견#크리스티아누 호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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