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깜짝 발탁’ 문창극 후보자, 국민 기대에 맞는 총리감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1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내정했다. 그의 발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언론에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던 그야말로 ‘깜짝 인사’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강직한 언론인 출신으로 냉철한 비판의식과 합리적 대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온 분”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핵심 요직이 법조계와 부산경남(PK) 출신 일색이었다는 지적도 고려했을 것이다. 문 후보자는 충북 태생에 정통 언론인 출신이다. 지역이나 직역의 편중을 해소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요한 것은 문 후보자가 박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과제와 국민의 기대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냐는 점이다. 새 총리는 나라의 안전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공직사회 개혁과 관피아 척결을 통해 국가 대개조를 이뤄내야 하는 막중한 소임을 안고 있다. 관료들의 저항을 극복해 목표한 방향대로 국정을 이끌어가는 장악력이 필수다. 국정과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문 후보자가 이런 중책을 감당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칫하면 책임총리가 아니라 새로 등장할 사회부총리와 기존 경제부총리 사이에서 ‘낀 총리’가 될 수도 있다.

문 후보자는 어제 “저는 능력도 부족하고 지혜도 모자라고 국정 경험도 없는 정말 부족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의례적 겸양 차원이기를 바란다. 그가 도덕성은 물론이고 국민이 기대하는 총리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국회 인사 청문 과정에서 철저하게 검증받아야 한다.

문 후보자는 신문사의 주요 보직을 거쳤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과 관훈클럽 총무를 지냈다. 소통의 폭이 넓고 리더십도 인정받는 편이다. 소신 있고 강직하다는 평을 듣는다. 일각에선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민심을 달래고 국가 대개조를 위한 야당과의 소통이 절실한 지금, 우편향 논란으로 야당의 반발이 예상되는 인사를 지명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총리의 자격을 정파나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거나, 비판이 생명인 언론인 시절의 논조를 시비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문 후보자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 한나라당의 권력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로 쏠리는 ‘박근혜 현상’을 칼럼으로 비판한 적도 있다. 그 같은 소신을 살려 나간다면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을 보완할 수 있고, 할 말은 하는 총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이병기 주일본대사는 외교관 출신으로 정치 경험과 함께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제2차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새 국정원장은 불법 일탈 무능으로 국민의 불신을 받은 국정원을 환골탈태시켜 신뢰받는 국가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그가 국정원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지 치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문창극#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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