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번번이 늑장인사, 박근혜 정부 고질병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0일 03시 00분


주초로 예상되던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4월 16일)가 일어난 지 두 달이 돼 가고, 정홍원 국무총리 사의 표명(4월 27일)으로부터 따져도 40일이 넘는다. 총리와 장관들의 교체 방침만 밝혀놓고 인사가 늦어지니 국정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총리 후보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거나 기존의 후보군 외에 제3의 인물을 포함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박근혜 정부는 꼭 인사 교체 요인이 생겨야 사람을 찾기 시작하는가. 과거 정부에선 총리나 장관을 교체할 때 이처럼 오래 후임자를 비워놓지 않았다. 이 정부에서는 교체를 기정사실화해 놓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후임자를 인선하는 것이 고질병처럼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2∼4월 1기 내각 구성에는 52일이 걸렸고, 6∼8월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정하는 데 63일, 8∼10월 감사원장 뽑는 데는 98일이 걸렸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의 후임은 20일이 되도록 공석이다. 내각 개편이 지연되면서 각 부처의 고위직 인사도 줄줄이 밀려 있다. 민간 기업에서도 인사 요인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복수의 후보군에 관한 자료와 평가들을 챙겨 두고 인사 요인이 발생하면 대개 곧바로 후임을 발령한다. 정부 인사가 민간 기업만도 못하다는 말을 듣게 생겼다. 국정에서는 인사가 타이밍이다. 제때를 놓치면 시시각각 변하는 국내외 도전들에 역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청문회의 검증 수준이 높아진 데다 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걸다시피 하니 대상자들이 손사래를 친다”고 변명한다. 이 나라에 깨끗한 인물이 그렇게 없단 말인가. 청와대의 무능을 고백하는 말이나 다름없다. 폭넓은 후보군을 대상으로 인사 추천을 받고, 대통령 눈치 안 본 채 철저한 인사 검증을 하고 있다면 적기에 적재적소의 인물을 내놓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가개조는 이런 비정상적 인사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8일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윤두현 YTN플러스 사장을 임명했다. 총리나 장관 인사를 미뤄 놓고 돌연 홍보수석만 교체해 뒷말이 나돈다. 청와대 개편의 핵심인 김기춘 비서실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도마뱀 꼬리 자르기설’부터 KBS 인사 및 보도개입 의혹에 따른 문책설, 7월 30일 동작을(乙) 보궐선거 출마설 등이 분분하다. 청와대의 핵심 자리를 바꾸면서 명확한 설명도 못 하고 ‘찔끔 인사’로 때우는 일이 되풀이되면 국가 운영의 전체적인 틀과 균형이 틀어지기 쉽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 비서실장의 책임이 무겁다.
#국무총리 후보#인사#박근혜#정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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