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인간의 무의식이 거짓말을 더 잘 알아채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인간은 거짓말을 얼마나 잘 알아챌 수 있을까. 과거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상대방이 거짓말을 할 때 잘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는 진화론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인간은 진화해왔기 때문에 거짓말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거짓말을 구별하는 능력이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왜 기존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잘 알아채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인간이 의식적인 상황에서 거짓말을 알아챌 수 있는 능력만을 측정했기 때문이다. 무의식적인 상황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신경과학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뇌가 손상된 환자가 정상인보다 거짓말을 더 잘 알아챘다. 인간은 무의식적인 상황에서 거짓말을 잘 알아챌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등 공동연구진은 과연 인간이 무의식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거짓말을 얼마나 알아챌 수 있을지를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먼저 대학생 72명에게 진실과 거짓을 말하는 사람의 동영상을 각각 보여줬다. 이후 동영상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는지 아니면 거짓말을 하는지 물어봤다. 또 동영상에서 진실과 거짓을 말한 사람의 사진을 각각 매우 짧은 순간만 보여준 뒤 순간적으로 ‘정직’ ‘정직하지 못한’ 등의 단어를 고르도록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사진의 인물이 무의식적으로 정직하다고 느끼면 ‘정직’이라는 단어를 고르고 그렇지 않다면 ‘정직하지 못한’이라는 단어를 선택한다. 실험 결과 사람들은 말을 통해 의식적으로 동영상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거짓말 여부에 대해 물었을 때 제대로 구별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무의식적인 반응을 살피는 단어 선택의 실험에서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볼 때 ‘정직’이라는 단어를 골랐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볼 때는 ‘정직하지 못한’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거짓말을 하면 일시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속은 사람이 정말 당신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을까. 속은 사람은 거짓말을 한 상대방이 무의식적으로 부정직하다고 인식한다. 무의식 상태에서 형성된 부정적인 인상은 이후 인간관계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거짓말은 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dohyun@SocialBrain.kr
#안도현#무의식#거짓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