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겐부르크 “연출-무대디자인 1인 2역… 날마다 ‘멘붕’이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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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출신 세계적 연출가 獨 크리겐부르크 첫 내한공연

도이체스테아터(DT) 연출가이자 무대디자이너인 안드레아스 크리겐부르크 씨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대로 유명하다. 탱고댄스를 즐기는 그는 한국에서도 탱고와 관련된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도이체스테아터(DT) 연출가이자 무대디자이너인 안드레아스 크리겐부르크 씨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대로 유명하다. 탱고댄스를 즐기는 그는 한국에서도 탱고와 관련된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내 안에는 두 개의 자아가 있어요. 하나는 연극 연출가이고 또 하나는 무대디자이너죠. 서로 자주 충돌해서 대화를 안 하게 만들려고 노력하죠. 하하.”

목수 출신으로 세계적인 극단인 독일 도이체스테아터(DT)의 연출가가 된 안드레아스 크리겐부르크 씨(51)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했다. 동독에서 자란 그는 연극을 하고 싶어 극단에 일자리를 수소문하던 중 목수 자리가 비어 무대를 제작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는 지금도 연출과 무대디자인을 함께 하고 있다. 4일 시작하는 DT의 ‘도둑들’ 공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를 3일 만났다.

131년 전통을 가진 DT는 영국 로열내셔널시어터(RNT)와 함께 유럽 최고 제작극장의 하나로 꼽힌다. DT의 한국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독일에서 초연된 ‘도둑들’은 어린 나이의 임신부, 아파트를 살 여력이 없으면서도 집을 구하는 것처럼 다니는 중년의 부부를 포함해 12명이 등장한다. 삶에 불안을 느끼는 소시민의 모습을 때론 무심하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의 무대에 등장하는 6.5m 높이의 가로로 누운 거대한 톱니바퀴도 크리겐부르크 씨가 디자인했다. 톱니바퀴 날로 1, 2층이 구분되고 톱니바퀴가 배우들을 떠밀 듯 서서히 돌아가면서 장면이 전환된다.

“37개 장면이 지루하지 않게 물 흐르듯 전환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톱니바퀴를 생각해냈어요. 소극적이고 현실에 부정적인 등장인물들을 톱니바퀴가 밀어주는 역할도 하죠.”

그는 극 중 가장 유머러스한 대목으로 노년의 여가수가 경찰에 남편의 실종신고를 하는 장면을 꼽았다. “남편이 실종된 건 43년 전이거든요. 그동안 남편의 빈자리를 인식 못하다가 뒤늦게 빈자리를 느낀 거죠.”

그는 하나도 하기 어려운 연출과 무대디자인을 함께 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고 했다. “무대를 다 만든 뒤 연출가인 나에게 ‘내 디자인 어때?’라고 물어보면 ‘당장 바꿔!’라는 답이 돌아와요. 무대디자이너인 또 다른 나는 ‘못 바꿔!’라고 맞서죠. 처음 두 일을 같이 했을 때는 ‘멘붕’에 빠졌어요.”

그래서 두 자아를 서로 떼어놓는 동시에 무대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작품은 다른 무대디자이너와 작업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시대에 그는 시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섯 아이의 아빠에다 손자도 한 명 있는 저 역시 아이들의 장래를 걱정하고 때로 불안을 느껴요. 하지만 사람들을 꿈꾸게 하고 싶어요. 연극을 하는 사람은 이 시대의 낭만주의자니까요.”(웃음)

4∼6일 서울 LG아트센터. 3만∼7만 원, 02-2005-0114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크리겐부르크#도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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