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칼럼]미로에서 교육감 찾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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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정성희 논설위원
시도지사 선거에 가려져 존재감도 미미하던 교육감 선거가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 딸의 폭로를 계기로 뒤늦게 관심을 끌고 있다. 말로야 아빠의 자격과 교육감의 자격은 다르다지만 정말 그런가. 이렇다 할 교육 관련 경력이 없는 고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린 이유는 높은 지명도와 함께 “아이들 공부는 잘 시킬 것 같다”는 것이었다. 교육감이 ‘공신’(공부의 신)이라고, 내 자식도 ‘공신’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지만 고 후보는 그런 착각의 수혜자였다. 지금까지는.

부모의 사회적 성취가 높다고 해서 자식의 존경을 받는 건 아니다. 농부 아버지, 청소부 아버지가 장관 아버지, 재벌 아버지보다 자식으로부터 더 존경받는 일이 허다하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지 않는가. 아빠 노릇 안 했다고 교육감도 못할 건가는 개인 판단의 영역이라도 해도 상대를 향해 공작정치 운운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 반면 진보 진영 조희연 후보 측은 훌륭한 아버지임을 부각하는 아들의 편지를 캠페인에 이용하고 있지만 자식에게 훌륭한 부모가 사회적으로도 꼭 그런 것이 아님도 우리는 알고 있다.

공직자의 사생활과 업무 능력을 구분해야 한다는 논리가 교육감에서는 잘 먹히질 않는다. 국회의원이나 시도지사와는 달리 교육의 수장에게는 남다른 가치관과 인간성을 기대하게 된다. 교육감을 ‘슈퍼인텐던트(superintendent)’라고 하는 이유도 이 자리가 사람을 길러내는 중요한 직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공정택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교육감 자격이 없었던 것은 뇌물수수나 후보매수 행위가 범죄이기 이전에 교육적으로 떳떳하지 못해서였다.

인간성은 잘 알 수 없고 그럼 뭘 보고 뽑아야 할까. 뻔한 답변이지만 공약이 중요하다. 교육감은 정당 추천이 없고 후보마저 난립해 이번 선거는 역대 최악의 ‘깜깜이 선거’가 될 걸로 예상된다. 무지는 단결된 소수의 전횡을 부른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기표용지에 있는 이름을 훑어보다가 아는 이름이 나오면 찍을 확률이 높다. 자식이 성장해 학교 교육에 관심이 없는 장년층 노년층은 특목고가 뭔지, 혁신학교가 뭔지 몰라 지명도에 이끌릴 개연성이 더 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에겐 반면교사로 삼을 교육감이 많다. 뽑아야 할 사람은 몰라도 뽑지 말아야 할 사람은 분명하게 보인다. 우선 배제될 인물은 교육을 정치에 오염시키는 사람이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무상급식을 끌어들여 교육을 이념에 오염시켰다.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은 도지사 출마를 위해 교육감직을 사퇴했다. 이들처럼 교육을 정치에 끌어들이거나 교육감 경력을 더 큰 자리로 가는 발판으로 여기는 사람은 곤란하다. 최소한 내 명단에선 ‘아웃’이다.

둘째 공짜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대다수 후보자가 무상급식 유지와 함께 아침급식, 체험학습, 스쿨버스, 학습지원금, 교복까지 공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어떻게 이런 것까지 공짜로 주겠다는 생각을 했는지 참으로 창의적이다. 화장실이 더러워 용변을 참고 오고 에어컨도 못 트는 학교에서 무슨 아침급식인가. 앞뒤가 뒤바뀐 이런 공약을 내건 사람들이야말로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셋째 교직사회 개혁 의지가 없는 인물도 걸러내야 한다. 교사가 가르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교권을 수호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일은 해야겠지만 철밥통 교직사회는 손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에선 연금개혁에 대한 저항이 심상치 않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교직사회 내부 논리에 익숙한 교원단체장이나 간부를 지낸 사람도 가급적 배제돼야 한다. 다만 오디션 보듯 한 명씩 탈락시켜 나갈 때 과연 명단에 남아날 인물이 있을지 걱정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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