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영업 1시간 단축” 롯데-민주당 ‘황당 협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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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점 밤12시→11시로… 생색내기용 합의 논란

민주당과 롯데그룹이 현재 밤 12시인 대형마트 영업 종료시간을 1시간 앞당기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소비자 편의를 침해한다는 지적과 함께 다른 대형마트와 사전협의 없이 ‘생색내기용 대책’을 내놓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을·乙을 지키는 길)위원회는 28일 ‘롯데그룹과 상생 협력 및 을의 권리 보호·강화를 위한 10대 추진과제 협약 타결’이란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발표에는 △롯데마트 영업시간 오후 11시로 단축 △신규 점포에 서민 생계업종(꽃집, 도장, 열쇠) 진출 자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가장 핵심이 되는 영업시간 단축안이 발표 직후부터 논란이다. 우선 퇴근 후 장을 봐야 하는 맞벌이부부 등 소비자들의 편의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많다. 회사원이자 주부인 정모 씨(34)는 “우리 부부는 모두 야근이 잦아서 야간에 대형마트를 찾는 경우가 많다”며 “한밤중에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상생 협약과 관련해 “소형 점포 상인들이 민주당을 통해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진국 컨슈머워치 대표(배재대 교수)는 “이번 영업시간 단축 합의는,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대형마트가 한 시간 일찍 문을 닫아도 전통시장과 영세 상인이 이득을 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부분 오후 11시 이전에 문을 닫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당초 민주당의 요구 사항은 ‘주 1회 휴무’ 등 강도가 셌다. 그것을 완화하려다 보니 결국 영업시간을 줄이는 쪽으로 협상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을지로위원회 측은 “영업시간을 밤 12시에서 11시로 당기면 그 시간에 문을 여는 골목 상권을 활성화시키고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노동권을 보호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 쟁점은 운영시간 단축 조항에 ‘대형마트 3사가 합의 후 동시 시행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해 합의가 안 되면 시행을 안 한다는 뜻이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다른 대형마트들은 “사전 합의된 바가 전혀 없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합의 당사자인 롯데부터 시행을 하면 되는데 나머지 회사들을 물귀신처럼 끌어들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과 롯데그룹이 ‘퇴로’를 마련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발표대로 영업시간 단축이 이뤄지지 않아도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합의해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롯데그룹의 상생 협력은 처음부터 의도가 불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국회는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해와 불공정거래에 대해 묻겠다’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인철 당시 이마트 대표,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롯데그룹이 상생협력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하면서 신 회장의 증인 채택이 취소됐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길진균 기자
#롯데#민주당#마트영업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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