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美서 받은 고농도 플루토늄 0.3t 반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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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보유중인 44.3t중 극히 일부… 3월 핵안보정상회의서 공식 발표
中 ‘핵무기 전용’ 공세 차단 의도

일본 정부가 냉전 시절 미국으로부터 연구용으로 제공받은 플루토늄을 미국에 되돌려주기로 했다. ‘핵무기 전용 의혹’을 불식시키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보유 플루토늄의 극히 일부만을 반환하는 것이어서 ‘일본이 핵무기를 제조할지 모른다’는 의혹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보유 중인 플루토늄 44.3t 가운데 0.3t의 고농도 플루토늄을 미국에 반환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일본이 보유한 플루토늄은 대부분 저농도인데 이번에 반환하는 것은 핵무기로 쉽게 전용할 수 있는 고농도 플루토늄이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보유 플루토늄 중 어느 정도가 고농도인지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반환하는 고농도 플루토늄은 현재 일본 이바라키(茨城) 현 도카이무라(東海村)에 있는 고속로 임계 실험장치(FCA)에서 핵연료로 사용되는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다음 달 24, 25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플루토늄 반환을 정식 발표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의 플루토늄 반환은 1차적으로 미국을 의식한 결정이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이후 각국에 연구용 연료로 제공했던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반환하라고 요구해 왔다. 테러 집단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중국이 최근 핵안보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의 고농도 플루토늄 보유를 공론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무기급 플루토늄’과 원전 연료로 사용하는 플루토늄 보유량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FCA는 현재 가동되지 않고 있다. 다만 재가동할 때 미국으로부터 저농도 우라늄 등 군사전용 가능성이 적은 대체연료를 제공받는다는 계획이다.

일본이 보유한 플루토늄 44.3t은 나가사키(長崎)급 원자폭탄을 5000∼7000발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여기에 아오모리(靑森) 현 롯카쇼무라(六ヶ所村)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을 본격 가동하면 공장 가동 연수인 40년간 매년 8t의 플루토늄을 추출해 총 320t의 플루토늄을 추가로 보유하게 된다. 이는 나가사키급 원폭 5만 발을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일본은 플루토늄을 이용한 혼합산화물(MOX)을 연료로 하는 몬주 고속증식로에서 플루토늄 대부분을 소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고속증식로는 1991년 완공 이후 각종 기술적 결함으로 20년 넘게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일본이 핵 재처리로 생산한 플루토늄을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을 본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은 ‘핵무기 전용’ 우려를 제기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일본#미국#플루토늄 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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