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무장세력, 우크라 크림반도 정부청사-의사당 점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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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군경에 비상사태 발령
러시아 국방장관 “전투준비 완료”… 크림반도서 내전 일어날 조짐
크림의회 “자치共 미래 주민투표”… 야누코비치, 러에 신변보호 요청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크림반도)의 수도 심페로폴에서 27일 소총과 기관총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정부청사와 의사당을 점거하고 러시아 국기를 게양했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는 군경에 비상경계령을 발령하는 등 크림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자치공화국의 아나톨리 모히요프 총리는 이날 60여 명의 무장괴한이 이날 새벽 심페로폴의 청사와 의회 건물에 유리창을 깨고 진입해 바리케이드를 친 뒤 출입을 막았다고 밝혔다. 검은 옷에 오렌지색 리본을 단 괴한들은 의회 건물 밖에 러시아 국기를 올렸으며 ‘크림은 러시아’라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이들은 크림반도를 러시아로 합병할지, 우크라이나에 남길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지역 인종 구성은 러시아계가 58.5%로 절반을 넘어 야권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 축출을 쿠데타로 보고 있다. 반면에 야권을 지지하는 우크라이나계(24.4%)와 이슬람계인 크림 타타르계(12.1%)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크림자치공화국 의회는 27일 공화국 지위에 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축출된 뒤 크림반도에서는 분리주의가 발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러시아가 2008년 조지아를 침공한 전례에 따라 이 지역에 군을 투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거주하는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군대를 동원하면 양측의 충돌은 불가피해진다.

러시아군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26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크림반도에서 가까운 러시아 서부지역에서 서부군, 공수부대, 항공수송부대 등 15만 병력과 전투기 90대, 헬기 120대, 탱크 870대, 군함 80여 척이 동원되는 비상 전투태세 훈련에 돌입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27일 인테르팍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서방의 집단안보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26일부터 이틀간 브뤼셀에서 28개국 국방장관 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 국경 불가침의 원칙을 지지한다”며 우크라이나와 군사협력을 논의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러시아의 군사개입은 심각한 실수이며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최고의회인 라다는 26일 반정부 시위를 이끈 최대 야당인 바티키프시나(조국당) 대표 아르세니 야체뉴크(39)를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 시절 경제장관과 외교장관, 의회 의장 등을 지냈다. 2010년 대선에도 출마해 7%의 득표율로 4위를 차지했다. 또 라다는 내무장관 후보에 현 장관 대행인 아르센 아바코프를, 경제부 장관 후보에는 키예프경제대(KSE) 총장 파블로 셰레메타를 지명했다.

한편 도피 중인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은 27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러시아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고 이타르타스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은 러시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러시아의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은 실각 이후 크림반도로 잠입한 것으로 추정되나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와 러시아에 입국했다는 설과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머물고 있다는 설이 엇갈리고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친러 무장세력#우크라이나 크림반도#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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