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개악 방송법’ 원점 재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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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방송 편성委 구성까지 강제… 위헌 소지”

여야가 공영방송인 KBS 이외에 종합편성채널 등 민간방송사에도 편성위원회를 구성토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에 합의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26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이같이 합의한 사실이 알려지자 새누리당은 27일 미방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민간방송사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라고 반발하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당초 이 법안은 민주당이 발의했다.

이로 인해 이날 오전으로 예정됐던 미방위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는 열리지도 못했다. 또 방송법 개정안은 물론 단말기 유통법 등 90여 건의 법안 처리도 함께 미뤄졌다.

새누리당은 공영방송에 국한해 편성위를 설치하는 안을 민주당에 제시했지만 중점 추진하고 있는 단말기 유통법 등 다른 법안 처리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막판에 이 같은 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 임시국회가 막바지에 접어들자 여야가 물밑에서 ‘법안 거래’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밤 여야가 합의한 방송법 개정안에는 “종합편성 또는 보도 전문편성 방송사업자는 사측과 종사자 측이 동수로 편성위원회를 구성·운영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공영방송뿐 아니라 민간방송에까지 편성위원회 구성을 법으로 강제하는 합의안이 알려지면서 ‘과잉입법’은 물론 ‘위헌’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재 각 방송사는 편성위를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중 노사 동수의 편성위 구성을 민간방송사에 법으로 강제한 나라는 없다. 이 때문에 전날 밤 방송법 개정안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도 새누리당 지도부에 방송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방위 소속 새누리당 김기현 박대출 이상일 이우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종합편성채널 등에도 편성위 구성을 강제하는 것은 민간방송사의 편성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에 어긋나고 위헌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영방송이 아닌 민간방송의 프로그램 편성은 해당 방송사의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고 헌법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방송법 개정안과 함께 90여 건의 법안을 일괄처리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방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이견이 해소되지 않는 한 개인정보 보호법, 단말기 유통법, 원자력 안전법 등의 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2월 국회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미방위는 지난해 9월 정기국회부터 지금까지 계류법안 처리 ‘0’건으로 식물 상임위라는 오명(汚名)을 안고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누리당#개악 방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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