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의 힐링투어]불과 얼음의 섬 아이슬란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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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화산 간헐천 라군… 자연의 맨살과 비비며 사는 나라

이 섬이 왜 ‘아이슬란드’라고 불리게 됐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이 곳은 섬 남동부의 바트나외퀴들 빙상(氷床Ice cap)이 바다와 만나 형성한 빙하호수 외퀼사를론. 산에서 흘러내린 빙하의 혀는 호수에서 부서지며 빙산이 되어 바다로 흘러드는데 여름엔 카약을 타고 빙산을 직접 만지기도 한다. 외퀼사를론(아이슬란드)=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이 섬이 왜 ‘아이슬란드’라고 불리게 됐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이 곳은 섬 남동부의 바트나외퀴들 빙상(氷床Ice cap)이 바다와 만나 형성한 빙하호수 외퀼사를론. 산에서 흘러내린 빙하의 혀는 호수에서 부서지며 빙산이 되어 바다로 흘러드는데 여름엔 카약을 타고 빙산을 직접 만지기도 한다. 외퀼사를론(아이슬란드)=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지도에서 아이슬란드를 찾아보자. 노르웨이보다도 훨씬 북쪽인 북위 64도에 있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비행기로 2시간 40분 걸린다. 아이슬란드인은 874년 이 섬에 건너온 노르웨이인을 뿌리로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두 나라 국기는 색깔만 정반대일 뿐 십자가 디자인이 똑같다.

아이슬란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추위’다. 이름 자체가 ‘얼음 땅’이어서 그런 것 같은데 실제도 그럴까? 아니다. 그렇게 춥지 않다. 구글지도를 보니 큰 빙하 세 개만 빼고 초록 일색이다. 오히려 이웃한 그린란드가 얼음 땅이다. 두 섬은 이름과 자연이 서로 정반대다. 거기엔 해설이 필요하다. 19세기 덴마크가 이 두 곳에 식민(植民)할 때 아이슬란드 대신 그린란드를 더 많이 선택하도록 하기 위한 전략 때문이란 것이다. 하지만 초록지대가 있다고 해서 아이슬란드가 살기 좋다는 뜻은 아니다. 남한 크기(10만3000km²)에 인구 31만 8000명, 경작면적이 7%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그걸 말해준다.

그렇지만 여행자에겐 기막힌 곳이었다. 이곳은 일조량이 적어 나무가 자라지 못해 숲도 없고 걸핏하면 화산이 터진다. 여전히 얼음이 산을 덮고 있고 빙하기 쇠퇴 직후에 생긴 황무지그대로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매력이다. 전혀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오롯이 남아있어서다. 겨울이면 오로라(극광)도 볼 수 있는 불과 얼음의 섬, 아이슬란드로 안내한다.

빙하의 나라, 경작과 거주 가능한 땅은 1%

골든서클투어의 하나인 게이시르의 간헐천. 뜨거운 물이 5∼7분 간격으로 10∼30m까지 솟구친다.
골든서클투어의 하나인 게이시르의 간헐천. 뜨거운 물이 5∼7분 간격으로 10∼30m까지 솟구친다.
드디어 비행기 창 밑으로 설산의 섬, 아이슬란드가 보였다. 이렇게 날기를 2, 3분. 그러더니 180도 선회해 섬을 한 바퀴 돈다. 반대편 창의 승객을 위한 조종사의 배려였다. 착륙한 곳은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서쪽으로 45km쯤 떨어져 있는 켈라비크 국제공항. 시내로 가는 내내 주변은 황무지 일색이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주변의 모하비 사막을 지날 때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슬란드는 아직도 빙하로 덮인 곳이 많다. 게다가 섬의 지형은 대부분 산악이다. 빙하가 차지하는 면적은 국토의 11%. 경작과 거주가 가능한 땅은 주로 해안에 있는데 이도 국토의 7%에 불과하다. 인구가 적은 게 다행일 뿐이다.

문제는 또 있다. 화산이다. 2010년 4월 폭발해 유럽의 많은 공항을 폐쇄시켰던 에이야퍄들라이외퀴들 화산처럼 화산활동이 활발하다. 몇 년마다 폭발한다. 이유는 유라시아와 북미, 두 지각판의 끄트머리가 여기서 만나 1년에 2cm씩 서로 멀어지고 있어서다. 두 지각판 사이로 틈새가 생기고, 지표면이 얇아지면서 지하의 마그마가 여길 뚫고 나온다. 그런 지대가 아이슬란드 섬의 동북과 남서를 잇고 있는데 그 지대 위에서 화산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걸 확연히 보여주는 전시장이 있다. 싱크베틀리르 국립공원(유네스코 자연유산 등재)이다. 이튿날 나는 이 국립공원을 지나 폭포와 게이시르(간헐천)까지 한데 묶어 보여주는 ‘골든서클’투어에 나섰다. 시각은 오전 아홉시. 출발하려는데 밖은 여전히 깜깜했다. 북위 64도의 2월은 이 시각에도 해가 뜨지 않는다. 해 지는 시각도 일러 오후 다섯 시. 자동차가 레이캬비크를 벗어나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주변은 온통 눈에 뒤덮인 구릉형태의 산악. 예서 여명 속에 맞은 아이슬란드의 첫 아침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인공의 어떤 것도 볼 수 없는 자연의 맨살 속에 있었기 때문일까.

싱크베틀리르 국립공원엔 전망대가 있다. 빙하 녹은 물이 만든 거대한 호수주변의 늪지를 조망할 수 있는 언덕이다. 언덕 아래로 작은 개천 여럿이 호수를 향해 흘러드는 전원풍의 늪지다. 중심엔 흰색의 아름다운 아이슬란드교회가 장원주택(manor house)과 함께 들어서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평화로운 이곳. 노르웨이에서 이주한 바이킹은 900년부터 매년 여름 여기에 모여 부족 간 문제를 논의하며 평화를 다졌다. 그걸 ‘알싱’(Althing)이라고 부른다. 11세기 들어서는 의회역할로 발전해 1798년까지 계속됐는데 아이슬란드에선 지구촌 ‘민주의회’의 효시로 여긴다.

빙하 밑 해안마을 ‘비크’서 빙하일대 투어

전망대 뒤로 높이 20∼30m의 벼랑이 수백 m나 벽처럼 이어진다. 그 아래로 폭 15∼30m가량의 길이 나 있는데 두 지각판이 벌어져 생긴 틈새다. 그렇게 보면 길 왼편 벼랑이 북미, 오른편 낮은 바위지형이 유라시아 지각판에 속한다. 이게 공상과학 작가 쥘 베른(1828∼1905·프랑스)이 쓴 ‘지구 속 여행’이란 작품을 생각나게 했다. 그가 지하세계 진입로로 설정한 곳이 이 아이슬란드여서다. 과학적 지식에 근거한 선택이었음이 분명하다.

국립공원을 떠나 두 번째로 찾은 곳은 귀들포스(Gullfoss·‘귀들’은 금, ‘포스’는 폭포). 나이아가라 폭포와 꼭 닮은 축소판이었다. 폭포 역시 화산활동으로 생긴 지형인데 아이슬란드 여행길에선 수도 없이 만난다. 마지막 장소는 게이시르에 있는 간헐천. 7, 8분 간격으로 뜨거운 물이 5∼30m 높이로 솟구친다. 간헐천을 뜻하는 영어단어 ‘가이저(geyser)’는 이곳 지명 게이시르(Geysir)에서 나왔다.

아이슬란드는 험준한 산악지형과 빙하로 이뤄졌다. 그래서 섬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아직 없다. 주민도 해안과 주변 구릉에 산다. 따라서 여행도 해안 쪽의 섬 일주 국도 1호선(링로드라고 부른다)을 이용한다. 나 역시 골든서클을 벗어난 뒤로는 이 도로를 따라다녔다. 숙소를 잡은 곳은 섬 남쪽 미르달스 빙하 밑의 해안마을 비크(Vik). 여기서 이틀간 머물며 주변 스카프타페들 국립공원의 외킬 빙하와 그 빙하가 대서양을 만나 이룬 ‘글래시어 라군(Glacier lagoon)’을 다녀왔다.

그런데 이 도로에서 이제껏 지구상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한 풍경을 봤다. 해변까지 지평선을 이루며 펼쳐진 검정빛 화산재 토양의 평원이다. 그 평원이 시작한 곳은 빙하산정에서 흘러내린 산자락이 갑자기 멈춰 서듯 끊어지며 절벽을 이룬 해안. 아래로는 돌로 변한 화산재의 검은 땅이 지평선을 이루며 광활하게 펼쳐진다. 그런데 믿기 어려운 것은 그 지평선이 수평선과 중첩되어 시야에 들어온다는 사실이다. 이것 역시 화산활동의 유산이다.

화산도 빙하로 덮여 폭발하면 대홍수


이곳 화산은 대개 빙하로 덮여 있다. 그런데 이런 화산은 폭발할 때 용암 대신 화산재를 분출한다. 빙하가 녹아 생긴 물이 화구 안에 들어가 마그마와 만나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래서 주변엔 몇날 며칠이고 화산재가 비 오듯 쏟아져 땅위에 쌓인다. 그런데 화산폭발은 반드시 홍수를 동반한다. 화산열기에 빙하가 녹기 때문이다. 홍수는 화산재를 휩쓸며 흐르다 해안에 퇴적시킨다. 그 양이 얼마나 많은지 해안을 바다로 확장시킨다. 검은 빛의 해안지평선은 그렇게 이뤄졌다.

이번 취재의 백미는 현지에서 ‘외퀼사를론’이라 부르는 ‘글래시어 라군’이었다. 흘러내린 빙하의 ‘혀’(빙하학에선 ‘끝부분’을 이렇게 표현한다)가 바다와 만나 이룬 호수다. 호수는 떨어져 나온 빙산으로 장식돼 더 아름답다. 겨울이면 검은 모래 해변에서 가던 길을 멈춘 수천 개의 얼음덩어리가 멀리 빙하설산을 배경으로 태양 아래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그걸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알래스카에도 있다. 하지만 여기가 특별한 것은 그런 비경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도 바로 옆이어서다. 알래스카의 발데즈에선 전용 배를 타고 한 시간이나 가야 볼 수 있는 광경이 아이슬란드에선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 수백명 함께 들어가 즐기는 블루라군 노천욕 판타스틱! ▼

아이슬란드 관광의 랜드마크인 초대형 유황노천온천욕장 블루라군(위쪽). 아래쪽은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 시가. 지구상 수도 중 가장 북쪽(북위 64도)에 있다.
아이슬란드 관광의 랜드마크인 초대형 유황노천온천욕장 블루라군(위쪽). 아래쪽은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 시가. 지구상 수도 중 가장 북쪽(북위 64도)에 있다.
아이슬란드 여행길에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체험이 한 가지 있다. ‘블루라군’에서 즐기는 노천온천욕이다. 아이슬란드는 지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만큼 땅이 뜨겁다. 블루라군은 바로 그 지열발산지대(라바)에서 지열발전에 사용한 온천수를 재활용한 휴식시설. 수백 명이 동시에 들어갈 정도로 크다. 온천수는 규소와 유황성분이 들어있어 ‘피부건선’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블루’는 온천수 빛깔에서 왔는데 뿌연 진흙으로 연한 하늘색을 띤다.

입장객은 수영복을 입고 들어간다. 수온은 37∼39도. 하루 절반씩 물갈이한다. 우리와 다른 풍경은 온천을 하며 맥주나 음료를 마시는 점. 야외 판매대까지 있다. 하지만 온천욕 중 알코올 섭취는 뇌중풍을 유발할 수도 있다. 고혈압 환자나 장년층은 피하는 게 좋다. 입장료 30유로, 타월대여 5유로. 레이캬비크에서 39km(40분 소요) 거리의 그린다빅 산중턱 지열발전소 옆. www.bluelagoon.com

■Travel Info

기온: 위도(북위 64도)는 높지만 기온은 낮지 않은 편. 따뜻한 멕시코만류 덕분으로 1월평균은 영하 3도∼영상 1.9도, 2월은 영하 2.1도∼영상 2.8도 수준. 하지만 산악과 해안에선 기온과 상관없이 습기와 강풍 때문에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다. 바람막이와 모자 장갑 선글라스 선블록 등 보온장비와 등산화는 필수.

항공편: 국적기 아이슬란드항공(www.icelandair.com), 저비용 와우항공(http://wowair.co.uk)이 유럽곳곳에서 레이캬비크로 운항 중.

관련 홈페이지: ▽아이슬란드 www.visiticeland.com ▽레이캬비크: 관광정보는 공항에서 구하는 ‘City Guide’ 한 권이면 오케이. www.visitreykjavik.is 페이스북/visitReykjavik △웰컴카드:시내 온천욕장과 박물관 등 관광지, 시내버스 승차 및 인터넷 무료. 하루, 이틀, 사흘권이 있다. ▽골든서클투어 : 현지 버스투어 이용. △싱크베틀리르국립공원 www. thingvellir.is △귀들포스 www.gullfoss.org △게이시르 www.geysircenter.com ▽섬 남쪽 www.south.is △비크 www.visitvik.is △글래시어 라군(외퀼사를론) www.jokulsarlon.is △스카프타페들국립공원 www.skaftafell.is

여행상품


◇라플란드&아이슬란드(가이드 동반 10일 일정) 패키지: 아이슬란드와 핀란드 4일씩 일정. 라플란드(Lapland)는 핀란드 북쪽산악으로 핀란드 공식 산타클로스가 상주하는 로바니에미의 산타빌리지 방문 외에 이발로와 케미 등지에서 오로라 관측, 개 썰매, 스노모빌, 쇄빙선, 스모크사우나 체험(옵션은 별도요금). 3월엔 13, 27일 출발(499만9000원).

◇자유여행:현지 투어버스를 이용하거나 한가한 도로를 자유롭게 렌터카로 다니는 자유여행을 적극 권한다.

◇문의:유로타임 02-778-3933 eurotime@eurotime.co.kr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조성하 여행전문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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