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남북한 이산 아픔에 많은 추기경들 큰 공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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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 추기경 내외신 회견

염수정 추기경이 지난해 7월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특별미사를 봉헌한 뒤 신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천주교서울대교구 제공
염수정 추기경이 지난해 7월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특별미사를 봉헌한 뒤 신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천주교서울대교구 제공
“추기경이란 말은 문의 ‘돌쩌귀’라는 뜻입니다. 교황님과 세상이 소통하는 연결고리가 되겠습니다.”

염수정 추기경은 서임 행사를 마친 뒤 24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AP, RAI 바티카노 등 외신 기자들도 참석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과 통일기원 미사계획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염 추기경은 교황의 8월 방한 여부에 대해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다른 대륙은 다 가셨는데 아시아는 방문하지 않으셨다”며 “교황 방한이 성사되면 아시아 교회들에도 큰 기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한 이산가족 문제를 추기경 회의에서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북한에도 이산의 고통을 겪는 사람이 많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추기경단 앞에서 이 문제를 이야기했고, 회의 후 많은 추기경이 관심을 보였다.”

―한국 교회는 강하고 젊다. 선교사를 받다가 이제는 보내는 교회가 됐는데 개선할 점은 무엇인가.

“과거 역사를 보면 한국에 파견돼 일생을 살다 뼈를 묻거나 순교한 분들이 계신다. ‘그 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 땅을 차지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파견되는 신부님뿐만 아니라 수도자와 평신도, 그 나라 사람들이 모두 함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추기경이 된 각오는….

“과연 제가 잘할 수 있는지 깊이 묵상하게 됐다. 추기경의 붉은색 옷은 순교자의 색깔이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헌신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한국 사회의 어른으로서의 역할은….

“김수환 정진석 추기경의 장점만을 본떠 하려고 해도 잘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 어려움이 있다면 할 이야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말을 많이 하고 싶지는 않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생각은….

“매우 열정적인 분들이다. 아낌없이 헌신하는 형제들로 사제로서 좋은 역할을 할 것이다.”

―국내 정치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교황께서 23일 바티칸 광장의 군중에게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코린토 교회가 베드로파와 바오로파로 분열되었던 때를 언급하며 교회는 리드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우리에게도 자기주장보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한편 기자회견에 앞서 24일 예상됐던 교황과 추기경단의 점심과 면담은 무산됐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검소한 스타일의 교황이 기존의 격식과 관례에서 벗어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27일(한국 시간) 오후 귀국한다.

바티칸=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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