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로잡은 신라 열풍 ‘조선 미술’로 이어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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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 특별전 108일 대장정 마쳐… 관람객 20만 중 현지인이 80%
필라델피아 ‘조선미술 대전’ 3월 2일부터 3개월간 열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약 4개월간 열린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이 막을 내렸다. 전시엔 2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 대성황을 이뤘다.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제공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약 4개월간 열린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이 막을 내렸다. 전시엔 2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 대성황을 이뤘다.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제공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 인접한 메트로폴리탄박물관(메트) 1층 기획전시실. 지난해 11월 4일 개막해 108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23일 막을 내린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의 전시물 해체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전시를 기획한 이소영 메트 큐레이터는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들과 조심스레 전시물을 다루면서 연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사랑하는 자녀와 헤어지는 기분이랄까. 예상외로 대호황을 이룬 탓인지 늦어도 10일 뒤면 한국에 도착할 전시물을 더욱 떠나보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신라’ 전은 기대 이상의 ‘대박’을 터뜨렸다. 메트 측에 따르면 지금까지 다녀간 관람객은 약 20만 명. 지난해 메트가 마련한 가을과 겨울 전시전 가운데 가장 많은 관람객이 들었다. 한국 문화재 해외 전시 사상 최다 관객 기록을 경신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재미 교포 등 한국 관람객이 많이 찾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관람객의 80%가 미 현지인이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다음 달부터 필라델피아를 시작으로 1년간 미국을 순회하며 열리는 ‘조선미술대전’의 포스터. 뉴욕한국문화원 제공
다음 달부터 필라델피아를 시작으로 1년간 미국을 순회하며 열리는 ‘조선미술대전’의 포스터. 뉴욕한국문화원 제공
메트 측은 당초 이런 열풍을 예상하지 못했다. 케이팝으로 대표되는 한국 대중문화와 한국음식에 익숙해져 있는 미국인들이지만 한국의 전통 문화유산, 특히 ‘신라’라는 국가는 생소했기 때문. 전시 초반 전문가들과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유력 매체들이 신라 문화유산의 미적인 우수성에 호평을 내놓은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NYT는 ‘신라전에서 선보인 석굴암 동영상을 본다면 경주에 가지 않을 수 없다’고 극찬했다. 신티아 폴스키 메트 이사는 “아주 중요한 전시이고 많은 사람들이 봐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처음으로 해외에 선보인 국보 10점과 보물 14점 등 모두 132점의 신라 문화재 가운데 가장 관람객의 눈길을 끈 것은 반출 논란을 빚었던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83호)이었다. 이소영 큐레이터는 “많은 관람객들이 반가사유상의 미묘한 매력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물었다. ‘한국의 모나리자’라고 보면 된다고 답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더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특별전을 후원하면서 이뤄진 대대적인 홍보도 열풍에 한몫을 했다. 메트 주변의 도로는 폐막한 24일에도 여전히 신라전 배너 광고로 덮여 있었다.

다음 달 2일부터 필라델피아 박물관에서 3개월간 ‘조선미술 대전’이 열리면서 미국에서 일고 있는 한국 문화재 전시 열풍을 이어간다. 갖가지 주제의 병풍화와 구례 화엄사가 소장한 국보 괘불, 도자기, 복식 작품 등 150점이 선보인다.

전시회는 필라델피아를 시작으로 LA카운티미술관(6월 29일∼9월 29일) 휴스턴뮤지엄(11월 2일∼2015년 1월 11일)으로 약 1년간 이어지는 순회 전시전이다. 1981년 ‘한국미술 5000년 전’ 이후 30여 년 만에 가장 규모가 큰 전시회이며 미국의 대표적인 박물관들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필라델피아미술관의 조지 와이드너 관장은 “미국 관람객들에게 위대한 한국의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는 값진 경험과 기회를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우성 뉴욕문화원장은 “최근 부쩍 높아진 한국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라며 “대중문화를 넘어 문화재 전시로 한국의 ‘뿌리’까지 알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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