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천국’ 美의 그늘… 줄잇는 입양아 살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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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기고… 때리고… 고발 사이트 빼곡
러시아와는 외교문제로 비화되기도

국제 아동 입양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입양아를 상대로 한 일부 양부모의 범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의 납득할 수 없는 범죄 행각에 다수의 선량한 양부모들도 입양한 아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을지 애를 태우고 있다.

한국인 장애아로 입양된 현수 군(3)을 구타해 숨지게 한 혐의(1급 살인 및 아동학대에 따른 살해)로 구속 기소된 양아버지 브라이언 오캘러핸 씨(36)가 18일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카운티 법원에 나왔다. 그는 공판에서 “이것은 비극이지 범죄가 아니다”라며 범행을 극구 부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하지만 검찰은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그의 유죄를 입증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입양된 현수 군은 이달 3일 워싱턴 어린이병원에서 숨졌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한국국장인 오캘러핸 씨는 지난달 31일 현수 군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병원에 온 현수 군은 두개골이 깨지고 앞·뒷머리에 피가 흐를 정도였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미 워싱턴 주 스카깃카운티 법원은 에티오피아에서 입양한 해나 윌리엄스 양(2011년 사망 당시 13세)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부모 래리와 케리 윌리엄스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3년 전 입양한 해나 양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고 집 뒤뜰에 쓰러져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양부모는 법정에서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법정에 나와 양부모가 해나 양을 굶기는 것은 물론이고 고문과 폭행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들이 해나 양과 함께 입양된 남동생에게도 폭력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양부모들은 해나 양이 반항적이라며 벽장 속에다 재우고 말들과 함께 씻도록 했다는 것.

1996년 러시아 아동들이 미국으로 입양되기 시작한 뒤 현재까지 러시아 입양아 16명이 미국인 양부모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때 이 문제는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입양아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비극적인 운명을 고발하는 웹사이트인 PPL(poundpuplegacy.org)에는 미국 내 입양아들의 슬픈 사연이 즐비하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입양#미국#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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