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국 몬시뇰 “교황 알현하면 북한교회와 통일 위한 기도 부탁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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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 추기경 서임식 참석위해 바티칸行 황인국 몬시뇰

18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별관에서 만난 황인국 몬시뇰이 평양 사진 앞에서 평양교구의 관후리 주교좌성당을 허물고 세운 평양학생소년궁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그는 “관후리 성당에서 미사가 열리면 사제 옆에서 의식을 돕는 복사를 맡았다. 성당 마당에서 뛰어놀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8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별관에서 만난 황인국 몬시뇰이 평양 사진 앞에서 평양교구의 관후리 주교좌성당을 허물고 세운 평양학생소년궁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그는 “관후리 성당에서 미사가 열리면 사제 옆에서 의식을 돕는 복사를 맡았다. 성당 마당에서 뛰어놀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006년 3월 27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로마 바티칸 교황청 내 바오로 6세 홀. 교황과 신임 추기경이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당시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갓 추기경에 서임된 정진석 추기경에게 “한국 교회가 나날이 발전해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한국 교회뿐 아니라 북한에 대해서도 노력하고 있다”며 당시 평양교구장 서리 대리인 황인국 몬시뇰(78·명예 고위성직자)을 소개했다.

이에 황 몬시뇰이 “통일 후 북한 본당과 신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으니 기도해 달라”고 청하자 교황은 “북한 교회를 위해 특별히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1936년 평양 출신인 그는 1950년 월남해 1964년 사제품을 받았고 최근 은퇴했지만 북한 사목에 대한 전문성 때문에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황 몬시뇰은 22일 바티칸에서 열리는 추기경 서임식에도 참석해 염수정 추기경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다. 출국 전날인 18일 서울 중구 명동길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별관에서 만난 그는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교황을 만날 기대감을 감추진 못했다.

―8년 만에 다시 교황을 만나게 됐다.

“당시 교황님께 북한과 북한 교회, 통일을 위한 기도를 부탁하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다시 새 교황을 만날 기회를 얻었으니 큰 영광이다.”

―교황과 만날 때 인원은 추기경당 10명으로 제한돼 있다.

“염 추기경의 배려가 있었다. 염 추기경에게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교황께 북한 사목에 대해 말하면 좋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같이 가자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한반도 통일과 북한 교회 재건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해 달라, 그 말씀밖에 못 드릴 것 같다. 추기경당 10명이지만 19명의 신임 추기경이 인사하면 190명이다. 8년 전에도 한 줄로 서서 교황에게 인사를 했는데 대화가 길어지자 교황청 몬시뇰이 그만 끝내란 의미로 가볍게 옷깃을 잡아 당겼다. 북한 교회를 위해 많이 기도하시겠지만 직접 말하면 더 많이 기도하실 것 같다.”

―교황이 8월 방한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호소하는 특별미사를 집전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교황께서 남북 분단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북한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하자고 할 것 같다. 큰 영향력이 있는 분이니 통일에 대해 한 말씀 하는 것만으로 큰 효과를 거둘 것이다.”

―평양교구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도 많다. 현황은 어떤가.

“평양교구 신부들은 통일 전까지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일하지만 통일이 되면 북에서 성당 재건 임무를 맡는다. 소속 신부가 20명 있었는데 이제 고령인 4명밖에 남지 않았다. 신부 양성이 시급하다고 생각해 2009년부터 평양교구 명의로 신학생 모집을 시작했고, 현재 18명의 신학생이 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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