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갈등 며느리들 ‘아따 시원하다’ 카타르시스 느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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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영낭자전’ 소리 짜 창극으로 만든 판소리 무형문화재 신영희씨
판소리 복원시리즈 두번째 작품 19일 개막

창극 ‘숙영낭자전’ 소리를 짠 신영희 명창은 평소 박송희(87) 성창순(80) 송순섭 명창(75) 등과 자주 만난다. 신 명창은 “모두 6명인 이 모임에서 내가막내야”라며 웃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창극 ‘숙영낭자전’ 소리를 짠 신영희 명창은 평소 박송희(87) 성창순(80) 송순섭 명창(75) 등과 자주 만난다. 신 명창은 “모두 6명인 이 모임에서 내가막내야”라며 웃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예전에는 명창이 소리하면 ‘굿 보러가자’고 했어요. 구경꾼들 몸이 앞으로 가면 재미있는 굿이고 뒤로 기울어지면 재미없는 굿이제. ‘숙영낭자전’은 몸이 앞으로 기울 거라고 의심치 않아요.”

조용하던 커피숍이 쩌렁쩌렁 울렸다. 창극 ‘숙영낭자전’ 공연을 앞두고 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보유자 신영희 씨(72)는 특유의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작품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이 창극의 소리를 짜는 작창(作唱)을 했다.

‘숙영낭자전’은 없어진 판소리 일곱 바탕을 토대로 창극을 만드는 ‘판소리 일곱 바탕 복원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의 재개관 기념 공연이기도 하다. 첫 작품인 창극 ‘배비장전’은 2012년에 공연했다.

‘숙영낭자전’은 조선후기 부녀자들에게 큰 인기를 끈 연애소설로, 판소리로도 불렸다. 선군과 숙영의 뜨거운 사랑을 질투한 하녀 매월의 농간으로 숙영이 자결한다는 내용이다. 창극으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서에 나오는 어려운 구절이 없어서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어요. 그리고 도창(導唱·극 해설자 역할)인 서정금이 장구 ‘째깐’한 거 갖고 나와서 하는데 진짜 잘해. 아주 웃겨 죽어요.”

며느리들은 통쾌한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다는 그의 설명이다. “시아버지에게 매 맞던 숙영이 나중에 환생해 남편과 아이들 데리고 하늘로 가버려요. 여자들이 보면 ‘아따 시원하다’ 할 거예요. 하하.”

물론 작창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뉴스, 드라마도 안 보고 매일 새벽 2시 반까지 연구했어요. 작창을 좋아하지만 만들 때는 머리가 정말 지끈거려요.”

매일 아침 스트레칭 40분씩 하고 하루 세 끼 토속음식을 챙겨 먹는 덕분에 일 년에 수차례 해외 공연을 다녀도 거뜬하다. 2008년부터는 매년 봄, 가을마다 전국의 교도소와 구치소를 다니며 공연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30곳 넘게 다녔다.

“봉사가 아니에요. 동정심도 아니고요. 더불어 살자는 것뿐이에요. 2012년 영월교도소에서 공연을 했는데, 재소자들과 함께 공연을 본 동네 할머니가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주는 거예요. 꼬깃꼬깃하게 접힌 게 닳고 닳았더라고요. 경대 거울 앞에 꽂아두고 아침마다 봐요.”

열 살 때 소리꾼 아버지(신치선)로부터 소리를 배운 그는 올해로 소리 인생 62년이 됐다. 하지만 소리 앞에서는 여전히 몸을 낮췄다.

“아직도 멀었어요. 5대 광대로 불리는 분 중에서 득음(得音)한 분은 단 두 명이에요. 득음의 길로 가면서 생이 끝나요. 저는 그 길을 계속 갈 뿐이고요.”

19∼23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만∼5만 원. 02-2280-4114

■ 작창이란?
작곡-편곡 중간개념… 판소리 다섯 바탕 알아야 가능


작창(作唱)은 극의 흐름에 맞게 소리를 짜는 작업이다. 국악 전문가들은 “판소리 작창은 작곡과 편곡의 중간 정도의 개념”이라고 말한다.

판소리 다섯 바탕(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적벽가 수궁가)의 멜로디를 기본으로 활용하는데 이 다섯 바탕에 나오는 대목을 모두 알고 있어야만 작창이 가능하다는 것.

판소리는 한 바탕당 적게는 4시간, 길게는 9시간이 걸릴 정도로 방대하다. 안숙선, 조상현 명창도 작창이 뛰어난 이로 꼽힌다.

판소리는 악보가 없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다. 이 때문에 작창을 할 때도 악보에 기록하는 대신 소리를 내어 부른다. 작창자가 소리를 녹음하면 소리꾼들이 이를 듣고 외우는 식으로 전수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숙영낭자전#신영희#판소리 복원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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