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박선희]큐레이션 쇼핑 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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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소비자경제부
박선희 소비자경제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쇼핑의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원하는 품목이 생기면 일단 검색부터 하며 상품 가격과 종류를 조사하게 됐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이들조차 온라인에서 최저가와 제품 후기를 살핀 뒤 쇼핑하러 나선다. 상인들이 “최저가 얼마 보고 왔냐”며 흥정을 유도하는 게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불투명했던 여러 상품 정보를 앉은 자리에서 손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된 건 소비자들로서는 분명히 획기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양상은 또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상품과 가격 정보가 늘어나다 못해 다루기 힘들 정도로 넘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한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상품만 4000만 개에 달하는 시대다. 네이버에서 ‘요가복’이라고 치면 1초도 안 돼 판매 상품 5만여 건이 뜬다. 같은 판매자의 상품이 중복 검색되기도 하고 같은 상품인데 판매자만 다른 상품, 판매가 중단된 상품까지 모조리 검색된다.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 검색했다가 수만 건의 검색 결과에 머리가 지끈거려 중도에 포기하는 이들이 드물지 않은 이유다. 과잉정보 피로감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상품의 홍수와 끝없는 검색에 지친 요즘,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 ‘큐레이션 쇼핑(curation shopping·수집, 선별된 형태의 쇼핑)’이다. ‘여행용 가방’이 필요할 때 이 단어로 검색되는 수십만 개 상품 정보를 줄줄이 나열해 놓는 것보단 일종의 편집자가 개입해 적절한 가격, 적당한 상품을 선별해 제시해 주는 형태의 쇼핑에서 더 큰 만족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게 소셜커머스의 성장이다. 소셜커머스는 개별 판매자가 올린 모든 상품 정보가 동시에 검색되는 오픈마켓과 달리 자체적으로 고른 특정 회사 제품을 한정된 기간에만 판다. 공동구매 형태라 가격도 저렴하다. 마침 여행 가방이 필요하던 차였다면 번거로운 검색 없이 구매만 결정하면 된다.

모바일 쇼핑 환경은 이런 추세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PC 앞에 앉아 검색에 진을 빼던 것과 달리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새로운 ‘딜’을 확인하고 쇼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월정액을 내면 육아, 건강식품, 애견용품 등 필요한 분야 상품을 전문업체가 매달 ‘알아서’ 배송해 주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정기구독형 쇼핑)도 큐레이션 쇼핑과 맥이 닿는다.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이 시장은 국내에선 아직 초기 단계지만 매년 꾸준히 성장 중이다.

바쁘고 정신없는 현대 소비자들이 쏟아지는 무분별한 정보에 슬슬 지쳐 가고 있다는 점을 기존 유통업체들 역시 주시하고 있다. 기존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큐레이션 형태 사업을 도입하거나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이유다. 변화는 이미 물밑에서부터 치열하게 시작됐다. 이런 형태의 쇼핑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선 업체의 전문성과 신뢰도가 탄탄히 구축되는 게 우선이겠지만,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정제된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법칙은 쇼핑의 영역에서도 동일한 셈이다.

박선희 소비자경제부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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