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찾아… 교장선생님의 마지막 수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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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서울 양천초등 김일환 교장, 작품 전념하려 정년 4년 앞두고 퇴임
“매일 공책에 꿈을 쓰면 이루어져”

13일 김일환 서울 양천초 교장의 마지막 수업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발표하기 위해 손을 번쩍 들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3일 김일환 서울 양천초 교장의 마지막 수업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발표하기 위해 손을 번쩍 들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꿈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13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가양동 양천초등학교 3학년 1반 수업시간. 이 학교 김일환 교장(58)이 아이들에게 일일이 두툼한 공책을 나눠주고 있었다. 김 교장은 “꿈을 적어 놓으면 꿈이 더 확실하게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느냐”며 “이 공책에 꿈과 꿈꾸는 나의 모습을 하루하루 적다보면 어느새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김 교장의 마지막 수업.

아직 정년퇴임까지는 4년이 더 남았지만 어릴 적부터 꿈꾸던 동화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달 명예퇴직을 한다. 김 교장은 “동화를 쓰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이 따스해지고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분이 든다”며 “어릴 때부터 동화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루고 싶어 명예퇴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말은 겸손하지만 그는 2012년 ‘고려보고의 비밀’이란 작품으로 한국 안데르센상 대상을 수상한 실력파 동화작가. 이 책은 고려 말을 배경으로 소년소녀 주인공들이 보물을 찾기 위해 도전하는 아동추리모험 소설이다. 최근에는 두 번째 동화 ‘홍사’도 출간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 집에서 이탈리아 작가 에드몬도 데 아미치스의 ‘사랑의 학교’를 읽은 뒤 동화작가의 꿈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후 대학에서 단편소설 등을 쓰며 등단의 꿈을 키웠지만 번번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는 “떨어질 때마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꿈을 버릴 수가 없어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꿈을 가진 지 45년 만인 2012년 ‘고려보고의 비밀’로 마침내 동화작가로 등단했다. 퇴고만 30여 번을 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그가 이날 마지막 수업의 주제로 잡은 것도 ‘꿈꾸는 어린이’다. 아이들은 김 교장이 나눠준 공책에 ‘국민들에게 칭찬을 받는 대통령’ ‘로봇 과학자’ ‘선생님’ ‘축구선수’ 등 자신의 꿈을 적어갔다. 김 교장은 한 명 한 명 머리를 쓰다듬으며 “큰 꿈은 착한 사람만이 이룰 수 있다”며 “남보다 앞서가려고 꾸는 꿈은 가짜 꿈”이라고 말했다.

수업이 끝날 무렵 그의 얼굴에는 교단을 떠나는 아쉬움보다 신세계를 찾아가는 설렘이 더 많아 보였다. 김 교장은 “머리가 더 나빠지기 전에 빨리 동화를 써보고 싶다”며 “내가 쓴 동화를 읽고 아이들의 마음이 더 밝고 아름다워진다면 그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동화작가#김일환#양천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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