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산상봉 타결’ 반갑지만 남북 신뢰는 아직 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5일 03시 00분


남북한은 어제 이산가족 상봉을 20∼25일 예정대로 진행하고, 비방과 중상을 하지 않으며, 상호 관심사를 협의하기 위해 고위급 회담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약속이 지켜지면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으로 남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이 혈육을 만나게 된다. 청와대와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협상을 주도해 남북한 지도자 사이에 간접적인 대화가 성사됐다는 점도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정부는 인도적 사안과 방어훈련을 연계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24일 시작하는 키리졸브 한미 연합군사연습 기간엔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 없다던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 북한이 앞으로도 이런 태도를 유지하면 이산가족과 납북자를 포함한 남북 사이의 인도적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의 표현대로 “이번 합의는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인 만큼 아직은 낙관할 단계가 아니다. 북한의 핵 보유를 비롯해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한 본질적 문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산가족 상봉 하나로 북한이 평화공세를 펼치다가도 느닷없이 도발을 하는 행태를 포기했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북한은 첫 남북 정상회담 2년 뒤인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을 일으켰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채택한 10·4선언에 ‘어떤 전쟁도 반대하며 불가침 의무를 확고히 준수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북한은 이명박 정부 시절 두 차례 핵실험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을 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후인 지난해에도 북한은 개성공단 가동중단 등으로 갓 출범한 박근혜 정부를 흔들었다. 이를 지난 일이라며 잊을 수는 없다.

비방·중상 중단 합의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최근까지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으로 남한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했다. 이제 와서 한국 언론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관련 보도를 문제 삼아 우리 정부에 언론 통제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남북관계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남북 고위급 접촉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대화에 나선 이유도 분명해질 것이다. 북한이 과거 도발에 대해 분명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한다면 우리가 대북(對北) 지원에 인색할 이유는 없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남북 간에 신뢰가 쌓이면 북한을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다. 향후 남북관계는 북한 하기에 달려 있다.
#이산가족 상봉#고위급 회담#북한#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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