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믿을 이 없으니 나 자신을 믿고 갈밖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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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이현세 에세이 ‘인생이란…’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사진)

한국 만화계의 거장 이현세 작가(58)가 내놓은 이 신작은 만화가 아니라 에세이다. 위로와 힐링에 익숙한 나약한 청춘들에게 “얌마, 간보지 말고, 기웃거리지 말고, 흉내 내지도 마”라며 뒤통수를 후려치는 책이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으니 너 자신을 믿고 가라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책 제목을 ‘늑대처럼 혼자서 가라’로 짓고 싶었는데 출판사(토네이도)가 반대해서 바꿨습니다.”

이 작가는 12일 열린 출간 기념회에서 “솔직히 힐링이라는 말이 남발되는 것이 불편하다”고 했다. “징징대지 말아야죠. 그럴 시간이 없어요. 그게 근거 없는 확신일지라도 스스로를 믿고 가야 합니다.”

책에는 짧고 강렬한 조언들이 많이 나온다. ‘이루고자 하는 것은 꿈인가 직업인가’ ‘무엇이 너를 몰두하게 하는가’라고 진지하게 묻고, ‘반복하고 계속하면 위대해진다’ ‘1등이 아닌 인기를 얻어라’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천재와 싸워라’처럼 구체적인 전략이 제시된다. ‘빨갱이 집안 출신’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태어나 적록색약 한계를 딛고 만화계의 거장으로 우뚝 선 작가가 건네는 조언이어서 묵직하게 다가온다.

특히 그는 야성의 회복을 강조했다. “야성의 DNA를 회복하기 위해서 생각을 조금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어떻게 해야 리스크가 가장 적게 발생할까 따지는 시간은 최소한으로 가지고 차라리 부딪히며 알아가는 것이 낫지요.”

야성의 회복은 작가의 두 딸과 아들이 매일 듣고 자란 이야기다. 그래서 1997년 ‘천국의 신화’ 음란물 제작 혐의로 기소돼 사람들이 “너희 아버지가 야한 것 그리다 잡혀갔다”고 비난할 때도 남매는 아버지를 독립투사같이 응원했다고 한다. 작가가 위암으로 술을 끊자 “거세당한 호랑이를 보는 것 같다”고 슬퍼했다고. 이 작가는 7월부터 포털사이트에 웹툰을 연재할 계획이다. “나이 육십을 바라보지만 남자의 로망, 야성의 DNA를 담은 40, 50대를 위로하는 만화를 그릴 것입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혜린 인턴기자 서울대 불문학과 4학년
#에세이#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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