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기조 유지” 美경제대통령 一聲에 세계경제 환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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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연준의장 공식 데뷔전 합격점

이웃집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부드럽고 인자한 외모, 하지만 강철처럼 강단 있고 절제된 언어.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새 의장의 첫 공식 무대는 연초부터 혼돈에 빠진 세계경제를 보듬기에 충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는 11일(현지 시간) 열린 미 의회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간다”는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잠재웠다. 이날 그의 발언에 온 이목을 집중시켰던 세계 금융시장도 전반적으로 미국의 새 ‘경제대통령’ 데뷔전에 합격점을 주는 분위기다.

‘시장과의 소통’ ‘투명성’을 특히 강조하는 옐런 의장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앞으로 글로벌 경제는 미국의 갑작스러운 정책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상당 부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그의 앞에는 과거 자신이 주도했던 양적완화(QE) 정책을 최대한 뒤탈 없이 수습해야 한다는 엄청난 과제가 놓여 있다.

○ 옐런의 공식 데뷔전, 일단은 ‘합격점’

이날 옐런 의장은 체크 무늬의 흑백 정장을 입고 의회에 나왔다. 그는 지난해 연준 의장으로 지명을 받을 때도, 미 의회의 인준 청문회 자리에 설 때도 검은색 옷을 고수했다. 무채색 옷에 대한 옐런 의장의 고집은 그의 발언 스타일에도 그대로 녹아 있었다.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그의 답변에선 불필요한 형용사나 군더더기를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 미리 준비해 간 발언 원고 역시 분량이 다섯 쪽 남짓으로 전임자인 벤 버냉키 의장 때의 절반에 불과했다.

말은 짧았지만 메시지의 전달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옐런 의장은 이날 일성(一聲)으로 “통화정책은 연속성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해오던 대로 양적완화를 계속 축소하되, 경기회복을 위한 초저금리 기조는 유지해 가겠다는 뜻이었다.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대신 하던 일을 계속 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시장에는 이 발언이 큰 선물이 됐다. 사실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이 조기에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미국 실업률이 최근 연준이 금리 인상의 기준점으로 삼은 6.5% 근처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옐런 의장은 “고용시장의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며 조기 금리 인상 우려를 일거에 불식시켰다.

양적완화 축소를 지속하겠다는 그의 계획에도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연초부터 신흥국 시장이 흔들리면서 일각에서는 연준이 테이퍼링을 연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는 상황이었다. 예전 같으면 테이퍼링의 강행은 글로벌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겠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믿음을 강화시켜 줬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옐런 의장의 발언이 전해진 11일 미국과 유럽 증시는 1% 이상 급등했고 이튿날인 12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또 미국의 저금리 기조 유지에 따른 달러화 약세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도 8.7원 급락(원화 가치는 상승)해 달러당 1062.4원에 마감했다.

○ 신흥국 쇼크 가라앉을까

옐런 의장이 공식행사 첫날부터 시장친화적인 면모를 보임에 따라 신흥국들의 통화위기도 앞으로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적어도 미국이 별다른 예고 없이 양적완화 축소에 속도를 내거나 금리를 올려 신흥국에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4년에도 갑작스레 금리를 올려 멕시코 등 신흥시장의 외환위기를 초래한 적이 있다. 금융계는 ‘옐런호’의 미국 중앙은행이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처럼 위기를 진화하려는 연준의 노력마저도 미국→유럽→신흥국으로 이어지는 경제위기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되돌리기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옐런 의장의 발언은 연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신흥시장이 안정을 찾을지, 미국 고용지표가 살아날 것인지가 세계경제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상의 여지를 없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면에서는 점수를 줄 수 있다”며 “연준의 시장친화적인 태도가 앞으로 세계 증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미국#옐런 연준의장#재닛 옐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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