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삶은 판타지가 아니다… 명품 남성복 ‘일상’을 입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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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아의 스타일포스트

“평범한 것이야말로 진짜 삶이다. 나는 삶의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가 한 말이다. 일반적으로 패션쇼의 화려한 런웨이에는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비범함과 화려함이 있다. 패션쇼의 주인공인 모델이나 패션쇼를 보러 온 관객 모두 이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던 런웨이가 최근 달라지고 있다. 일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자연스럽고 평범한 패션쇼가 잇달아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매우 평범해서 허술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다.

대표적으로 프라다의 남성복 패션쇼를 들 수 있다. 지난해 봄여름 패션쇼부터 가을겨울, 올해 봄여름 패션쇼까지 권위적이고 딱딱한 느낌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과 가벼움을 엿볼 수 있었다. 단순히 패션쇼 조명이나 무대 장치의 얘기가 아니다. 프라다는 일상에서 바로 입을 수 있는 ‘보통의 의상’을 선보이며 다소 높아 보였던 명품 패션의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패션 하면 난해하고 ‘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지는 경우가 있음을 생각하면 새로운 변화다.

특별한 조합이나 액세서리 대신 재킷, 셔츠, 니트 등 지극히 평범한 의상들을 선보였다. 색 조합은 파랑, 빨강, 노랑 등 비교적 채도가 높은 색을 제시했는데 여기서도 최적의 조합이 아닌 잘못 연출했나 싶을 정도의 ‘미스 매치’ 느낌이 났다. 특히 착장법이 인상적이었다. 패션쇼 하면 가장 세련된 모습으로 모델이 옷을 입고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프라다의 패션쇼에 선 모델들은 스웨터를 구겨 넣어 입는 등 허술한 느낌이 났다. 마치 의도치 않은 실수 같기도 했다. 정장을 입고 나온 모델에게서는 도시 농부를 보는 듯한 투박함도 엿보였다.

평범함 속에 ‘독특함’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템은 평범하지만 과감한 색을 쓰면서 새로운 패션을 제안하는 브랜드들도 있다. 버버리프로섬은 올해 봄여름 패션쇼에서 파란색에 물방울무늬가 들어간 셔츠부터 디자인은 평범하지만 핑크색을 써서 눈에 띄게 한 재킷, 노란색 신발과 우의 등 독특한 의상들을 선보였다. 루이뷔통의 올해 봄여름 패션쇼에서도 이 같은 경향을 찾아볼 수 있다. 루이뷔통은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로드 트립(Road Trip)’에서 영감을 받아 여행 중인 남성의 다양한 스타일을 제시했다. 여행을 통해 일상의 지루함을 벗어나자는 주제였는데 기본 의상은 무채색 계통이지만 바지 길이를 짧게 하거나 채도가 높은 빨간색 스카프를 매는 등 기존의 경직된 남성의 스타일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다. ‘순간의 강렬함’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이런 의상들이 지금 평범해 보이는 것은 새로운 의상과 패션쇼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프라다나 버버리프로섬, 루이뷔통의 최근 의상들이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에 나왔다면 절대 평범해 보이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그래서 최근 패션업계에서는 ‘새로운 평범함(뉴 노멀리즘)’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비범한 스타일을 평범한 일상에서 연출할 만큼 사람들은 패션에서 자유로워졌다. 흔히 ‘여성의 것’으로 인식되었던 다양한 아이템을 남성의 것으로 차용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남성들은 진화했다. 여성만큼이나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기존의 딱딱한 취향을 버리고 탈피한 지는 오래전 일이다. 패션쇼 런웨이와 우리 일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황선아 인터패션플래닝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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