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이어 시스코까지… 삼성 ‘3각 특허동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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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크로스라이선스 계약
제조사-운영체제-장비 빅3… 모든 특허 서로 무상으로 사용
특허해적 공격에 공동 대응… 소송중인 애플에도 큰 부담줄듯

삼성전자는 미국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와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6일 밝혔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기존에 갖고 있던 특허는 물론이고 향후 10년간 출원되는 모든 특허까지 서로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구글과도 같은 내용의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4일(미국 현지 시간)에는 구글과 시스코도 10년 이상 장기간 특허를 서로 공유한다고 발표했다. 날로 치열해지는 전자·통신업계의 특허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제조사(삼성전자)-운영체제(구글)-장비(시스코) ‘빅 3’ 업체 간 견고한 ‘특허 3각 동맹’이 만들어진 것이다.

○ 서로에게 든든한 ‘특허 우산’

1984년 설립된 시스코는 미국에 등록한 특허만 9700여 건(지난해 12월 기준)에 이른다. 최근 10년 사이 네트워크 보안업체와 소형기지국 기술업체 등 특허 경쟁력이 있는 41개 업체를 잇달아 인수해 특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도 했다. 이번 계약 체결로 삼성전자로서는 시스코가 확보한 통신 장비 관련 특허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시스코 역시 지난해 미국 특허 출원 건수에서 2위를 기록한 삼성전자 특허를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서로 ‘윈윈’이란 평이 나온다.

구글까지 세 회사가 특허 동맹을 맺게 된 데는 불필요한 특허 소송과 그로 인한 비용 지출을 줄이려는 목적이 있다. 예측 가능한 위협을 사전에 방지해 ‘제 살 깎아먹기 식’ 소송보다는 특허 공유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최근 이른바 ‘특허 해적’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직접 제조나 서비스는 하지 않고 특허만으로 돈을 버는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내는 특허 소송에도 공동으로 대비한다는 취지다.

댄 랭 시스코 특허 담당 부사장은 “최근 지나친 소송전으로 혁신이 제약당하고 있다”며 “이번 계약을 통해 시스코와 삼성전자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앨런 로 구글 특허 담당 고문 역시 시스코와의 특허 계약을 발표하면서 “유사한 형태의 계약에 관심 있는 기업이라면 누구든 환영한다”고 밝혀 향후 특허 동맹에 참가하는 업체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3각 특허 동맹은 삼성과 애플이 벌이고 있는 소송전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구글, 애플, 시스코는 글로벌 전자·통신업계를 이끌어가는 업체들인 만큼 결국 언젠가는 업계에서 서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사이”라며 “삼성전자와 구글, 시스코가 손을 잡았다는 점이 애플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사물인터넷’ 시대에 빛 볼 듯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주변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세 업체의 특허 동맹이 더 큰 빛을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제까지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등 각기 다른 사업 분야에서 활동해왔지만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서로의 영역 침범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 관련 기술과 특허를 상당수 확보한 시스코는 추후 웨어러블이나 단말기 사업을 시도하더라도 구글, 삼성전자와 부딪힐 일이 없게 된다. 삼성전자 역시 최근 선보인 ‘스마트홈’(가전 기기들이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된 기술)과 관련해 시스코의 홈 네트워킹 특허 기술을 유용하게 쓸 수 있게 됐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구글#시스코#삼성#특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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