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 日… 가미카제 유서까지 세계유산 등재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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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 소재도시 “유네스코에 신청”… 조선인 대원 11명 유서 포함될 수도
강제징용 장소 추진 이어 또 역주행
아베와 친분 NHK 경영위원 “난징대학살 없었다” 유세중 망언

일본 미나미큐슈 시 지란특공평화회관에 전시된 가미카제 자살특공대 출격기. 시는 침략전쟁을 미화한 특공대원들의 유서와 편지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아일보DB
일본 미나미큐슈 시 지란특공평화회관에 전시된 가미카제 자살특공대 출격기. 시는 침략전쟁을 미화한 특공대원들의 유서와 편지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아일보DB
일본의 지방자치단체가 가미카제(神風) 자살 특공대원들의 유서와 편지를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한국인 수천 명이 강제 노역한 하시마(端島·군함도) 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추천한 데 이은 것으로 일본의 과거사 무시 태도에 비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규슈(九州)의 가고시마(鹿兒島) 현 미나미큐슈(南九州) 시는 ‘지란(知覽)특공평화회관’이 소장한 자살 특공대원들의 유서와 편지 등 1만4000여 점 중 본인 이름이 확인된 333점을 2015년 ‘지란으로부터의 편지’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하겠다고 4일 공식 발표했다.

시모이데 간베이(霜出勘平) 시장은 “내년에 전후 70년을 맞아 특공대원의 메시지를 널리 알려 전쟁의 비참함과 평화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지란은 태평양전쟁 당시 육군 소년비행단 훈련학교 등이 있던 곳으로 당시 일본군은 전황이 불리해지자 이곳에서 자살 특공대원들을 태운 전투기를 대거 출격시켰다. 대부분은 17∼20세 전후의 세상 물정 모르는 소년병들이었다.

이 중에는 조선인 대원도 11명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1945년 3월 29일 당시 17세였던 박동훈은 유서에 큼직하게 ‘결사(決死)’라는 단어와 함께 “몸을 던져 적함과 함께 옥쇄해 영원히 황국을 지키겠다”고 썼다. 하지만 그는 ‘육군이 가족을 책임져 준다고 해 어쩔 수 없었다. 동생은 절대 군대에 보내지 말라’며 아버지를 안고 울었다고 가족은 증언했다. 그는 오카와 마사아키(大河正明)라는 일본 이름으로 올라 있다.

24세 탁경현은 출정 전날 밤 식당 아주머니에게 “마지막으로 조국의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다. 그는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아리랑’을 불렀다.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그는 교토약학대 재학 중 학도병으로 차출돼 왔다.

회관 측은 이런 조선인 대원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무시한 채 자살 특공대원들이 일왕과 조국,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진해서 목숨을 바쳤다고 선전하고 있다. 자살 특공작전을 미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박동훈 탁경현 등 조선인 11명의 유서도 가미카제 특공대 일원으로 세계기록유산에 포함될 수 있어 유족들은 물론이고 한국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지정된 기록물은 나치 치하에서 처참한 일생을 보낸 소녀 ‘안네 프랑크의 일기’ 등 300건에 이른다.

한편 최근 일본 공영방송 NHK의 회장이 “위안부는 어느 나라에나 있었다”고 망언을 한 데 이어 NHK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경영위원회 위원이 난징대학살을 부정하는 발언을 해 NHK의 중립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 경영위원은 3일 도쿄(東京)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전 항공막료장 지원 유세에서 “1938년 세계 각국은 난징대학살을 무시했다. 왜냐하면 그런 일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태평양전쟁 말기 미군에 의한 도쿄 대공습과 원자폭탄 투하를 ‘비참한 대학살’로 규정하고 “도쿄전범재판에서 (있지도 않은) 난징대학살을 거론한 것은 미군의 죄를 지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변했다.

이어 일본군의 잔학 행위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그것은 일본군뿐만 아니라 미군도 하고, 중국군도 하고, 소련군도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자학 사관을 심을 필요는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햐쿠타 위원은 가미카제 특공대를 다룬 소설 ‘영원의 제로’를 쓴 대표적인 우익 작가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친분이 깊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됐고 아베 총리는 지난해 말 이 영화를 관람한 뒤 “감동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일본#가미카제 유서#세계기록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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