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국내 첫 민간위탁 서울, 인천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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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4일 07시 00분


프로야구가 흥행가도를 달리자 서울시는 2012년부터 잠실구장의 광고권을 회수했다. 올해부터는 3년간 매년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지만, 프로야구단의 몫은 없다. 스포츠산업 전문가들은 ‘프로야구단 마케팅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만원관중이 들어찬 잠실구장. 스포츠동아DB
프로야구가 흥행가도를 달리자 서울시는 2012년부터 잠실구장의 광고권을 회수했다. 올해부터는 3년간 매년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지만, 프로야구단의 몫은 없다. 스포츠산업 전문가들은 ‘프로야구단 마케팅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만원관중이 들어찬 잠실구장. 스포츠동아DB
■ 잠실·목동구장 사용계약 갈등…해법은?

잠실야구장 광고권, 2012년 서울시 귀속
광고권 가진 목동은 고척동 이전문제 눈치
25년간 장기임대 보장한 대구·광주와 대비


손님은 차고 넘치는데도 이문은 남지 않는다. 밑지는 장사를 계속하는데도 상가건물주는 임대료를 올린다. 아예 임대인이 임차인의 영업권에 간섭을 하기도 한다. 이만하면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게다가 임차인의 업종은 현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주요 콘텐츠 ‘스포츠산업’이다. 바로 3시즌 연속 6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 얘기다. 특히 프로야구의 가장 큰 시장인 서울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지자체가 잠실·목동 구장의 사용을 두고 연고구단들의 목을 죄고 있어 프로야구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 3년간 매년 100억 수익…프로야구단 몫은?

프로야구단의 수익은 크게 입장수입, 광고료, TV중계권료 등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잠실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두산과 LG는 야구장 광고권을 갖고 있지 않다. 프로야구가 흥행일로를 달리며 광고권의 상품가치가 높아지자, 2012년부터 서울시가 이를 회수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잠실구장의 광고권을 공개입찰을 통해 판매했는데 이 금액은 2012∼2013년 매해 72억2000만원씩에서, 2014∼2016년 매해 103억5000만원씩으로 수직상승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프로야구단의 몫은 없다. 프로야구단이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구장 광고의 부가가치를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윤은 서울시로만 귀속되는 형국이다. 스포츠산업 전문가들은 이런 서울시의 행보로 프로야구단 마케팅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모기업의 지원이 없는 독자생존구단 넥센은 목동구장의 광고료가 구단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서울시는 잠실과 달리 넥센에는 목동구장의 광고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넥센은 홈구장의 고척돔 이전문제 등에서 항상 ‘갑’인 서울시의 눈치를 봐야 한다.

● 문화적 공공재로 인식한 인천광역시의 사례

서울시의 이런 행보는 새 야구장을 건립하면서 연고구단에 최대 25년간 장기임대를 보장한 대구, 광주 등 다른 지자체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SK는 지난해 10월 인천광역시에서 실시한 문학경기장 민간위탁운영자 공개모집에 참여해 11월 최종 운영사업자로 선정됐다. SK는 올해부터 최소 5년, 최대 20년 동안 문학경기장 내 야구장, 주경기장, 보조경기장, 기타부대시설에 대한 운영 및 관리를 수행한다. 그동안 부산 사직운동장 등에서 야구장 위수탁 운영이 이뤄진 적은 있었지만, 경기장 전체 권역에 대한 위수탁 운영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SK는 기존의 야구 관련 사업뿐 아니라, 경기장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수익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SK 구단 관계자는 “야구단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주민들의 건전한 여가문화와 지역경제를 동시에 활성화시켜 스포츠산업 발전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와 인천광역시의 문학경기장 위수탁 운영사업은 기본적으로 ‘프로야구 상품은 문화적 공공재’라는 인식을 밑바탕에 두고 있다. 이는 연고구단과 구장사용 계약 등으로 갈등을 빚는 서울시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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