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독일과 일본의 전쟁범죄 고발한 예술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3일 03시 00분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이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한 ‘홀로코스트’를 세계에 고발하는 데는 영화 소설 다큐멘터리 등 문화예술 작품의 역할이 컸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 등이 나치의 잔혹한 범죄를 인류의 가슴에 남는 메시지로 영상화했다. 할리우드를 이끄는 유대인들이 이런 작품을 만드는 데 음으로 양으로 기여했다.

제41회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이 어제 나흘간의 전시를 마무리했다. ‘지지 않는 꽃’으로 명명된 이 행사에 한국의 만화가 19명이 만화와 애니메이션 25편을 선보였다. 2만 명 가까운 관람객 중에는 여성 인권을 참혹하게 유린한 일본의 전쟁범죄를 처음 알고 충격을 받은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일본은 집요한 방해공작을 폈다. 일본 만화계는 위안부가 강제연행된 것이 아니라고 왜곡하는 작품을 내놨으나 주최 측은 “극단적인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일본 부스를 철거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지극히 유감”이라고 비난했고 일부 일본 언론도 “한국의 선전에 유럽이 물든다”고 가세했다.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의 존재를 부인하는 문건을 영어 프랑스어 한국어로 만들어 행사장에 뿌렸다. 이런 발뺌과 억지로 인류의 양식을 오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착각이다.

주최 측은 이 전시회가 정치성을 띠지 않느냐는 일각의 문제 제기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알리는 것이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을 왜곡해 알리는 것이 정치적”이라며 “이번 전시회는 예술인들이 기억과 역사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정치적이 아닌 예술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출품작의 높은 예술성도 이런 판단에 기여했을 것이다.

한국은 일본의 전쟁 범죄를 알리는 데 문화예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명성황후 시해를 소재로 한 뮤지컬 ‘명성황후’가 런던과 뉴욕에서 공연돼 호평을 받았다. 반(反)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고도 뉘우치지 않는 일본을 영화와 뮤지컬 음악 문학작품을 통해 세계인에게 고발한다면 더 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문화예술은 어떤 정치적 선동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크다.
#전쟁범죄#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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