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칼럼]내 맘대로 뽑은 ‘10대 뉴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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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정성희 논설위원
요즘 사람들 참 신문 안 읽는다. 같은 여자로서 이런 말 하기 싫지만 여자들이 더하다. 시험 삼아 올해 국제뉴스를 뜨겁게 달구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을 아느냐고 동네 커피모임에서 물어보았는데 “어느 영화에 출연한 배우냐”란 질문이 되돌아왔다.

전업주부를 비하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세상 소식에 담 쌓고 사는 여성을 만나면 뉴스 생산자와 뉴스 소비자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 언론이 여성의 관심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 그래서 올해 동네 엄마들과의 대화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뉴스에 대해 뒷담화를 해봤다. 거칠지만 진솔하고,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이지만 정파성(政派性)도 없다.

1. 여성 대통령 시대. 남편이나 아들딸이 여성 지도자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여자가 대통령 하는데…”라고 하면 남편이 움찔한다. 딸의 발언권과 행동반경은 더 커졌지만 아들은 위축되고 있다. 학생회장과 학급반장 선거에 남자가 한 명 출마하면 여자는 세 명 출마한다.

2. 장성택 숙청. 비정상 국가 북한의 실체는 역사드라마를 즐겨 보는 우리가 잘 이해할 수 있다. 느낌 아니까!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한 것은 단종이 세조를 미리 쳐낸 역(逆)쿠데타다. 경색된 남북관계 때문에 군대 간 아들이 걱정이다.

3. 원전 비리와 전력난. 원전 마피아들이 똘똘 뭉쳐 원자력발전소에 가짜 부품을 썼다니 원전이 정말 안전한가. 자칫하다간 블랙아웃이 된다는데 저놈의 남편은 왜 이렇게 에어컨을 켜대는가.

4. 방사능 오염 수산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수산물 유통이 괴담인가. 믿을 게 따로 있지 어떻게 일본을 믿나. 우리가 가족 건강을 지켜야 한다. 추석선물로 들어온 조기도 믿을 수 없어서 버렸고 일본 여행은 취소했다.

5.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성희롱 사건.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을 믿을 수 없다. 패가망신 안 당하려면 남편과 아들 성교육 잘 시켜야 한다. 아울러 남자들도 컵라면 정도는 혼자 끓여 먹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6.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 친자가 맞다면 자식을 부인한 채 총장의 처신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사건의 배경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무리하게 수사한 검찰 흔들기 여부인지도 따져봐야겠지만 집에서 일하는 도우미에게 돈을 빌리거나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

7. 무상보육 시대. 만 5세 이하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도 있고 월 10만∼20만 원의 양육수당을 받을 수도 있다. 양육에 적잖은 보탬이 되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더 낳고 싶지는 않다. 출생부터 대학 졸업까지 자녀 양육에 드는 비용이 3억 원이 넘는다는데 월 10만 원에 아이 더 낳고 싶겠는가. 쓰레기죽 먹이는 어린이집 원장을 최고형으로 다스려야 한다.

8. 미세먼지 파문.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하기 겁난다. 스마트폰 시대에 미세먼지 오염도 알려주는 앱은 왜 안 나오나. 공기도 사서 써야 하는 시대인데 공기청정기는 왜 이렇게 비싼가.

9. 해외직구와 공동구매. 요즘 누가 혼자서 백화점 쇼핑 다니나. 트렌드에 뒤지지 않고 가격 착하고 구매자 간 친분도 다질 수 있는 ‘공구’가 대세다. 올해엔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이용해 해외직구로 캐나다구스 패딩도 ‘득템’했다. 수입품에 바가지 쓰는 짓, 더는 안 한다.

10. 울산 계모 아동학대 사건. 죽은 아이가 불쌍해 잠 한숨 못 잤다. ‘오로라 공주’ 임성한 작가도 울고 갈 엽기 막장드라마가 펼쳐졌는데 정치인은 왜 아무 말 안 하나. 아이가 맞아죽은 사건보다 더 큰 사건이 있으면 말해보라.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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