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화상 中소녀에 작은 기적… 현지 한인회 선행 잔잔한 감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모금운동 통해 서울연세병원서 수술… 건강 되찾아

어릴 때 큰 화상을 입었던 중국 창사(長沙) 지역의 한 여학생이 한인회와 한국기업 등의 도움으로 국내에서 치료받은 사실이 현지 언론에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세 살 때 뜨거운 물에 전신화상을 입고 흉하고 불편한 몸으로 지금까지 살았던 리멍옌 양(14·사진)이 그 주인공. 화상으로 온몸 구석구석의 살이 엉켜 붙었고 근육이 위축되고 흉터 또한 심한 상태였다. 한창 자라는 나이에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척추 옆굽음증(측만증) 등 각종 합병증이 유발되는 상황이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부모는 한국이 성형수술을 잘한다는 얘기를 듣고 치료를 받아보려 했으나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지역 한인회와 종교단체가 조금씩 모금운동을 하기 시작했고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KOTRA에서도 발 벗고 나서게 된 것. 이렇게 모은 돈은 1000만 원 남짓. 큰 수술을 여러 차례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딱한 사연을 전해들은 서울연세병원에서 부족한 비용을 모두 지원하기로 했다. 창사 지역은 중국 내륙 도시로서는 매우 번화한 곳이지만 한국인은 200여 명에 불과했고 신한은행, 휴롬 등 한국기업이 진출한 지는 2, 3년밖에 되지 않아 현지인 입장에서 보면 한국인은 생소한 편이다.

리 양은 지난달 26일 한국에 들어와 한 달 가까이 서울연세병원에서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한 뒤 최근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영기 KOTRA 창사무역관 관장은 “중국 소녀의 쾌유 소식을 듣고 현지 언론사와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면서 “특히 창사지역 주력 방송사인 창사TV에 보도되면서 관심이 고조됐고 이곳에서 큰 화제가 됐다”고 전했다.

또 이종태 창사지역 한인회 회장은 “감사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한국과 한국기업의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특히 한국의 의료기술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리 양의 수술과 치료를 담당했던 조상현 서울연세병원장은 “현재 발육이 활발히 진행되는 나이이므로 18세 이후 피부를 재생시키고 흉터를 완화시키는 2차 수술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현재 후원금 중 남아 있는 금액은 서울연세병원과 현지 후원회에서 사후 관리와 치료를 위해 공동 관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중국 소녀의 후원에 참여하고 있는 현지 한국기업과 기관으로는 KOTRA 창사무역관, 주우한(武漢) 대한민국 총영사관, 아시아나항공, 신한은행, 휴롬, 창사한인회, 서울연세병원 등이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