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정체 늪에 빠진 家電업계 ‘빌트인 승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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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키친패키지 사업담당’ 신설… 프리미엄 주방가전 사업 확대
삼성은 유럽 곳곳에 전문매장… 해외브랜드도 속속 국내 진출

가전업체들이 앞다퉈 ‘빌트인’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왼쪽은 미국 유통업체 올스테이트의 매장을 찾은 여성 고객이 ‘LG 스튜디오’의 빌트인 냉장고를 살펴보는 모습. 오른쪽은 독일 가전업체 밀레가 국내에 선보인 주방용 빌트인 제품들. LG전자·밀레 제공
가전업체들이 앞다퉈 ‘빌트인’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왼쪽은 미국 유통업체 올스테이트의 매장을 찾은 여성 고객이 ‘LG 스튜디오’의 빌트인 냉장고를 살펴보는 모습. 오른쪽은 독일 가전업체 밀레가 국내에 선보인 주방용 빌트인 제품들. LG전자·밀레 제공
9월 독일 베를린 가전전시회(IFA)에서 주요 경쟁사 부스를 돌아보던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경영진은 독일 가전업체 밀레의 ‘빌트인(built-in)’ 코너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벽 속에 넣어 공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만든 빌트인 커피메이커를 면밀히 관찰하던 윤부근 사장은 “유럽은 대체적으로 집의 면적이 좁다 보니 커피메이커까지 빌트인 제품으로 나온다”며 “앞으로 유럽 미국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빌트인 산업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경기 침체로 성장 정체의 늪에 빠진 가전업계가 빌트인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빌트인은 건설 및 가구업체 등과 기업 간 거래(B2B) 방식으로 한꺼번에 여러 제품을 납품하기 때문에 제품별 점유율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점진적으로 되살아나는 추세라 빌트인 제품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위주로 사업을 해 온 국내 가전업계도 B2B 빌트인 사업을 강화해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LG전자는 26일 HA사업본부 산하에 ‘키친패키지 사업담당’을 신설하고 빌트인 주방가전 사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키친패키지 사업담당은 최근 미국 시장에 론칭한 프리미엄 주방가전 패키지 브랜드인 ‘LG 스튜디오(STUDIO)’의 운영을 맡게 된다. LG 스튜디오의 주요 제품은 빌트인 타입의 오븐레인지와 냉장고, 월 오븐, 식기세척기 등으로 주요 제품을 패키지로 구입하면 1만 달러를 호가하는 고가 제품군이다. LG전자는 다음 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CES)에서 LG 스튜디오 주요 제품을 대거 선보인다.

삼성전자도 최근 유럽 주요 도시들에 잇달아 빌트인 전문 가전 매장을 내고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9월 영국 런던 해러즈백화점에 실제 주방처럼 꾸민 빌트인 매장을 입점시킨 데 이어 10월에는 프랑스 최대 가전 유통사인 다르티와 손잡고 빌트인 체험 매장을 냈다. 삼성전자는 이탈리아 가구 업체 비앤비이탈리아(B&B Italia), 아크리니아(Arclinea) 등과도 제휴하고 협업 중이다.

한국은 자주 이사를 다니는 전세 거주자가 많은 탓에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아직까지 빌트인 시장 규모가 크진 않지만 최근 들어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신규 입주 아파트 가운데 옵션으로 빌트인 가전을 제공하는 곳이 늘면서 국내 빌트인 시장 규모는 연간 7000억 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주요 가전업체들은 최근 서울 강남 논현동 가구거리 등을 중심으로 전문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도 기존 LG베스트샵 강남본점, 반포점에 이어 빌트인 전문 매장을 부산, 대구, 경기 수원시에 내고 내년 초엔 분당 서현점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빌트인 제품을 들여온 밀레는 “냉장고와 전기오븐, 식기세척기 등 기본 제품뿐 아니라 커피메이커와 스팀오븐, 쿠커후드 등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밀레#가전#빌트인#LG전자#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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