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밥 먹자”… 참 고마운 지역아동센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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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안되는 방학 점심 저녁 제공
광주 소외계층 자녀 1만7649명… 절반이 지역아동센터서 끼니 해결

“형제가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어요.”

7월 광주 북구 각화동 주민들은 해당 자치구에 “A 군(10·초교3) 형제가 여름방학 동안 집에서 식사를 거의 못하고 있어 도움이 필요하다”는 SOS 전화를 했다. 북구가 실태조사를 한 결과 A 군 형제는 5년 전 이혼한 엄마(41)와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A 군 엄마는 오래전부터 당뇨 등 만성질환에 시달려 자식에게 식사를 제대로 차려주지 못하고 있었다.

A 군 형제는 식사를 제대로 못해 몸이 허약하고 체격도 작았다. 북구는 지원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A 군 형제가 집 인근 지역아동센터에서 끼니를 해결하도록 도왔다. A 군 형제는 이번 겨울방학에도 지역아동센터에서 점심 저녁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B 군(10·초교3) 삼형제 역시 겨울방학 동안 광주 북구 다른 지역아동센터에서 끼니를 챙겨줘 걱정을 덜었다. B 군의 엄마(38)는 필리핀 출신이다. 10여 년 전 한국에 와 결혼했지만 남편의 과도한 음주, 폭력 등으로 이혼을 했다.

B 군의 가족은 30m²(약 9평)짜리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B 군의 엄마는 이혼 후유증으로 심한 우울증 등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B 군 삼형제에게 식사를 거의 챙겨주지 못했다. B 군 등은 영양 섭취가 부실해 또래 아이들보다 체구가 작고 편식도 심해진 상황.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홍모 사회복지사가 B 군의 엄마를 설득해 집 인근 지역아동센터에서 급식을 제공받도록 했다.

방학 기간에 일부 급식이 안 되는 소외계층 자녀들이 식사를 거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는 이번 겨울방학 동안 급식을 지원받는 소외계층 자녀들이 1만7649명이라고 26일 밝혔다. 지원 대상 아동들이 급식을 제공받는 방법으로 지역아동센터(278곳) 8684명, 식당·복지관 6398명, 도시락 2567명일 것으로 추정된다. 위기의 아동 49%가 지역아동센터에서 끼니를 가장 많이 해결하고 있는 것. 이처럼 지역아동센터는 결식 위기에 놓인 아동들에게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광주 북구는 결식 위기 아동들이 지역아동센터에서 식사를 가장 많이 하는 점을 감안해 18일 지역아동센터 급식 전시회를 열었다. 급식 전시회는 117개 지역아동센터가 끼니당 예산 3500원으로 가장 맛있고 영양가 높은 음식들을 만들어 선보이는 행사였다. 이한민 광주 북구 드림스타트담당은 “음식점에서 끼니를 챙기는 결식아동들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식권 대신 신용카드 형태의 꿈 자람 카드를 제공하고 있다. 또 결식아동 휴대전화로 식사시간에 ‘밥 먹자!’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광주와는 달리 농어촌 지역이 많은 전남은 결식아동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방법은 식료품 제공, 도시락, 지역아동센터 순이었다. 전남도 결식 위기아동 지원비는 끼니당 3500원이었다. 일부에서는 지역아동센터에서 끼니를 챙기는 결식 위기 아동이 많은 만큼 정확한 인원이나 상황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결식아동#지역아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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