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정부 “빅데이터 전문가 5000명 양성” 현장선 “실상 모르는 소리”
더보기

정부 “빅데이터 전문가 5000명 양성” 현장선 “실상 모르는 소리”

동아일보입력 2013-12-26 03:00수정 2013-12-26 03:00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허울만 좋은 빅데이터 정책 “2017년까지 5000명의 빅데이터 전문가를 양성해 창조경제를 구현하겠다.”(미래창조과학부)

“5000명은 고급 인력이 아니라 일반적인 데이터 관리자를 키울 때나 가능한 수다. 숫자만 내세울 게 아니라 진짜 인재를 키워야 한다.”(빅데이터 업계 관계자)

‘빅데이터’에 대한 각국의 주도권 경쟁이 뜨겁다. 빅데이터 분석이 각종 경제, 경영, 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다양한 산업에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12일 ‘빅데이터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하고 5년 내에 5000명의 고급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계획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7월 ‘정보 보안 인력 5000명 양성’ 발표에 이어 또다시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5000명 양성안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미래부의 육성 전략에 ‘5000명 법칙이 있다’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다.

주요기사

○ ‘빅데이터 역량’ 왜 중요한가

미국의 이동통신사 T-모바일은 매일 자사의 가입자들이 만들어 내는 170억 건 이상의 통화 명세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동통신사로 옮겨 간 고객들이 이탈 이전에 특유의 사용 패턴 변화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T-모바일은 이런 고객에게 미리 맞춤형 추가 혜택을 제공했다. 그 결과 이탈 고객은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처럼 산업계에서 빅데이터는 현상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그 미래에 한발 앞서 선제 대응을 하는 데 활용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빅데이터 활용을 시도하는 기업도 SK텔레콤 네이버 등 10개 미만이다.

국내에서 빅데이터 활용이 부진한 이유로 제일 먼저 전문가 부족이 꼽힌다. 한국IBM에서 빅데이터 분석 및 최적화 사업을 총괄하는 이상호 상무는 “제 아무리 재료(빅데이터)와 도구(분석 장비)를 갖췄다 해도 요리할 사람(빅데이터 전문가)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며 “국내 기업에서 빅데이터 활용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전문가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진정한 빅데이터 전문가란 데이터, 정보기술(IT), 분석, 비즈니스 역량을 모두 갖춘 ‘데이터 과학자’를 의미한다. 수학과 통계지식은 물론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IT 역량과 결과물을 해석할 인문·사회학적 분석 역량을 지녀야 한다.

○ ‘전문가’ 두고 정부-업계 격차 커

하지만 정부의 빅데이터 전문가 교육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는 학생(대학원) 교육과 재직자 교육이라는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전문가를 키운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인재 배출의 양과 질 모두 업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먼저 대학원에 빅데이터 전문가 양성 학과를 만든 충북대는 내년 2월이 돼야 11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조완섭 충북대 교수는 “진정한 빅데이터 인재를 키우려면 단과대를 넘어 여러 학문을 융합해야 하는데 학과 간 칸막이가 너무 높다”며 “국내 대학의 융합 학과는 운영상의 문제를 해결하다 힘을 다 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재직자 대상 교육은 미래부 산하 한국데이터베이스(DB)진흥원이 맡고 있다. 진흥원 교육은 2주 과정으로 올 한 해 200여 명을 교육했는데, 주로 데이터 마이닝이나 통계 기법, 오픈소스 분석 툴 등을 가르쳤다. 빅데이터 분야의 한 전문가는 “이 정도는 현업의 통계 분석 전문가들이 이미 보유한 역량”이라며 “단순한 통계나 데이터 처리 교육을 빅데이터 전문가 양성 교육이라 말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빅데이터 전문가 같은 융합형 인재를 키우려면 대학의 단과대 칸막이를 허무는 게 가장 급선무”라며 “당장 대학에서는 이런 인재 양성이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일단 재직자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빅데이터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미국의 경우 EMC, IBM, SAS 등 빅데이터 기술 분야 선도 기업과 유명 대학들이 손잡고 빅데이터 전문가를 양성한다. EMC는 경제학, 통계학, 심리학 등을 전공한 박사급 데이터 과학자로 구성된 ‘애널리틱스 랩’을 운영 중이며, IBM은 200여 명의 수학자들과 인문, 문화, 역사학자로 이뤄진 분석학 연구 집단을 보유하고 있다. IBM은 “이들은 사내 기술 개발과 동시에 고객사, 대학과도 협업한다”며 “현재 세계 1000여 개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빅데이터 전문가 교육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 공공분야 실무자 교육도 필수

교육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민간 기업뿐 아니라 공공 데이터 수집과 업로드를 담당하는 현장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정부는 야심 차게 공공 데이터 개방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뭘 올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 예로 지방의 A시청이 공공 데이터라며 올려놓은 자전거도로 지도는 한 등산 동호회가 만든 지도인데 확인 결과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도로가 포함됐다. A시청 관계자는 “데이터 담당자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현업에 바쁘다 보니 데이터 개방은 가욋일”이라며 “서무 등 보조 인력이 적당히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경쟁력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 수집부터 주먹구구식으로 되다 보니 쓸 만한 자료는 제한적이다. 영국의 공공데이터 포털(data.gov.uk)에서 ‘범죄(crime)’란 단어를 검색하면 잘 정리된 형태의 장기 데이터가 663건이나 나오는 데 반해 국내(data.go.kr)는 47건의 단편적 자료만 뜬다.

채승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앞으로의 산업에서 빅데이터 역량은 승자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며 “이런 흐름에 뒤지지 않도록 고품질의 데이터와 전문가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강유현 기자
#빅데이터#창조경제#데이터 관리자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