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로점거 안돼”… 한남대교 시위주도 3명 운전면허 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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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車이용 교통방해 혐의 적용

경찰이 도로를 무단 점거하고 불법 시위를 벌인 주동자들에게 불법 시위에 대한 책임과 별개로 운전면허 취소라는 엄중한 처벌을 내렸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9월 3일 서울 한남대교 남단에서 북단 방향으로 총 6개 차로를 30분 동안 점거하고 시위를 벌인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농민단체 대표 등 3명에 대해 운전면허 취소 통보를 했다고 23일 밝혔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동차를 이용해 교통을 방해한 경우 면허 취소 조치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일반적인 교통방해 혐의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으로 시위 주동자에게 벌금을 물린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면허를 취소한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전농 소속 전남·북 농민단체 회원 1300여 명은 9월 3일 오후 4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48대의 관광버스에 나눠 타고 서울로 올라오고 있었다. 오후 3시경 승합차를 타고 선두에서 관광버스 대열을 이끌던 전남도연맹 의장 박모 씨(57)와 정책위원장 정모 씨(41)가 한남대교의 5, 6차로에서 차량을 세웠다. 뒤따라오던 관광버스 15대가 6개 차로를 막았고 나머지 30여 대가 그 뒤에 멈춰 섰다. 박 씨 등 농민 단체 간부들은 차에서 내린 뒤 버스에 타고 있던 농민단체 회원들에게 기습 시위를 하도록 유도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날 기습 시위는 전남도연맹 의장인 박 씨와 전북도연맹 의장인 하모 씨(59)가 이미 경부고속도로 죽전휴게소에서 사전 모의를 해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버스에서 모두 내린 회원 1000여 명 중 400여 명은 버스로 점거한 한남대교를 따라 걸으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기초 농산물 국가수매제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나머지 회원들은 한남대교 난간에 ‘농가 부채 탕감하라’ ‘한우 등록제 폐기하라’ ‘쌀값 인상 실시하라’ 등의 현수막과 전농 깃발을 들고 30여 분간 시위를 계속했다. 그러곤 다시 버스에 탑승해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이들의 한남대교 시위로 신사동, 서초동 등에서 한남대교로 이어지는 도로에서는 극심한 교통 정체가 발생했고 2시간이 넘어서야 정상화됐다.

경찰은 농민단체 간부 및 회원 24명을 일반교통방해 혐의와 집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뒤 23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검찰 송치와 별개로 승합차로 가장 먼저 도로를 막은 정 씨와 불법 시위를 주도한 박 씨에 대해서는 운전면허 취소 결정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고자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시민의 교통을 방해하는 시위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불법도로점거#한남대교#교통방해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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