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정 교수 “시인 이상, 이곳에선 카프카나 조이스와 동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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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브라질에 번역-소개하는 임윤정 상파울루주립대 교수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포르투갈어로 번역한 임윤정 브라질 상파울루주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임윤정 교수 제공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포르투갈어로 번역한 임윤정 브라질 상파울루주립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임윤정 교수 제공
“한국보다 산업화나 도시화가 빨라서일까요? 브라질 독자는 향토성 강한 작품보다 도회적 감성이 짙은 작품을 선호해요. 소설가 한강의 작품을 번역한 것도 이런 특성을 감안한 겁니다.”

임윤정 브라질 상파울루주립대(USP) 한국어문학과 교수(50)는 최근 한강의 소설집 ‘채식주의자’ 브라질어(포르투갈어)판을 냈다. 그는 초등학생이었던 1973년 브라질로 이민 간 한인 1.5세대 번역가다. 임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대학 시절 전공이 화학이었는데 어떻게 번역가가 됐는지부터 물었다.

“대학 시절 이반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인이자 번역가인 아롤두 지 캄푸스 상파울루가톨릭대 교수(1929∼2003)의 아들이었어요. 캄푸스 교수는 제임스 조이스 작품 번역에 한창이었는데 아들에게서 제가 ‘율리시즈’ 한국어판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제게 책을 보여 달라고 부탁한 것이 지금의 저를 만든 계기였죠.”

임 교수는 아시아 시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캄푸스 교수에게 김소월과 윤동주의 시를 번역해 보여주며 번역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1993년엔 한국 정부의 초청 장학생 자격으로 연세대 국문과에 유학 왔다. 브라질 거주 한인 중 제1호 모국 역유학생이다. 소설가 주요섭 연구로 학사학위를 받고 브라질로 돌아가 기호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현대시선집’(1993년), ‘한국시조선집’(1994년), ‘이상문학선집’(1999년), ‘한국현대단편소설집’(2009년)을 잇달아 번역했다. 특히 이상 문학선집은 브라질 문단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상의 도시적 감성과 전위적 문학 정신이 브라질 문인들에게 인상적으로 다가갔던 것 같아요. 브라질 문인들 사이에서 이상은 프란츠 카프카나 제임스 조이스 같은 대문호와 동급 작가로 떠오르게 됐죠. 김영하 신경숙 같은 작가의 작품도 아직까지 영어판을 중역해 나온 책이 많습니다. 한국어 책을 포르투갈어로 직접 옮길 수 있는 번역가가 늘어난다면 한국 문학을 사랑하는 브라질 독자층도 더 두꺼워지지 않을까요.”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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