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미래다]이랜드그룹, 맞춤형 관리 등 지식경영으로 글로벌 불황 이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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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랜드그룹의 ‘지식경영’이 도입 14년 만에 뚜렷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랜드의 올 한 해 매출은 10조4000억 원, 영업이익은 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각각 9%, 27% 성장한 것으로 1980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이랜드가 글로벌 불황 등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이러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지식 경영의 효과라는 설명이다.

이랜드가 대표적인 지식 경영 사례로 꼽는 것은 외식업체 ‘애슐리’의 맞춤형 관리이다. 고객이 느끼는 맛을 세분화해 이에 맞는 색상과 진열 각도, 토핑 개수, 동선 등을 매장 상황에 맞춰 구현하는 것이다.

또 이랜드가 7일 중국 상하이에 문을 연 SPA(제조유통일괄형) 브랜드 ‘스파오’ 1호점도 지식경영을 도입해 개장 후 3일 동안 7억 원 매출이라는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스파오 론칭을 위해 1년여 전 중국 현지 시장에 파견된 준비팀은 티니위니, 플로리, 스코필드 등 이랜드의 중국사업부 대표브랜드별로 주 단위 베스트 상품을 분석한 끝에 현지인들의 취향에 맞는 아이템을 골라냈다.

이랜드에는 다른 회사에서 볼 수 없는 최고지식책임자(CKO·Chief Knowledge Officer)실이 운영되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매장을 오픈할 때, 그룹 내 지식뱅크 속에서 가장 알맞은 정보를 찾아내 적용할 수 있다.

이랜드는 해외 법인 직원들에게도 한국에서와 동일하게 지식 경영을 정착시키고 있다. 중국이랜드 법인장은 지난해 매장 혁신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3개월 동안 중국 22개 도시, 81개 백화점, 719개 매장을 방문해 4414명의 매장 관리자를 직접 면담했다.

이렇게 밑바닥부터 자료를 조사해 해결책을 제시한 프로젝트는 연간 4000여 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5%는 기업 비밀로 지정해 신사업과 인수합병 등에 적용했다. 또 지난해부터는 중국 전역의 판매 담당자 6000명이 참가해 2박 3일 간 자신이 축적한 지식을 발표하는 ‘프로젝트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중국 내 어떤 회사도 현장 판매 직원에게까지 지식경영을 실행하지 못했던 만큼 이랜드의 도전은 혁신적인 것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이랜드의 올해 해외 매출은 3조10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매출 비중이 그룹 전체 매출의 30%에 육박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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