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조앤 롤링이 가명으로 낸 추리소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쿠쿠스 콜링 1, 2/로버트 갤브레이스(조앤 K 롤링) 지음·김선형 옮김/각 336, 356쪽·각 1만2500원/문학수첩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K 롤링(사진)이 자신의 이름값에 낀 거품을 빼고 작품성만으로 평가받겠다며 가명으로 발표한 추리소설이다. 영국 현지 출간 후 석 달 동안 8500부가 팔렸는데 롤링의 법률자문인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언론에 실제 저자를 폭로하면서 판매부수가 금세 100만 부를 돌파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폭발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영국군 출신 사립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 파리만 날리는 탐정사무소에 앉아 빚 걱정만 하고 있는 그에게 당대 최고의 톱모델 룰라 랜드리의 오빠가 찾아와 사건을 의뢰한다. 경찰이 투신자살로 결론지은 여동생 룰라의 죽음이 실제로는 마약 중독자인 애인에 의한 타살이라며 조사를 요청한 것. 그 덕분에 스트라이크는 애초 월급을 줄 수 없어 고용할 엄두도 못 냈던 여비서 로빈 엘라코트와 함께 룰라의 죽음 뒤에 감춰진 진실을 찾아 나선다.

추리 소설의 장르적인 재미와 함께 연예계를 쥐락펴락하는 실세들의 추악한 뒷거래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감춰진 톱스타의 인간적인 그늘과 마주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엘리멘트리’나 ‘탐정 몽크’ 시리즈에 자주 등장하는 남자 탐정과 여자 조수 조합의 팀워크와 이들의 눈에 비친 영국 상류층의 넘치도록 화려하지만 허영과 위선 가득한 삶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도 흥미롭다. 책장을 덮고 나면 작가가 책 첫머리에 인용한 ‘높은 명성으로 그 불행까지 유명해지는 자는 불행하도다’는 구절을 다시 한 번 곱씹게 된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쿠쿠스 콜링#조앤 K 롤링#추리소설#로버트 갤브레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