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각 예산심의’ 벌써 11兆 끼워넣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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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지방선거 앞두고 민원 챙기기… 착공 미루려던 도로 20곳 예산배정
감액은 1조5000억… 심사 진통예고

국회의원들이 정부 예산안에 선심성 지역예산을 끼워 넣는 ‘쪽지 예산’이 11조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민생법안 처리는 질질 끌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해가 걸린 지역사업에 나랏돈을 챙기려는 구태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재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총 16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정보위원회를 뺀 15개 상임위는 2014년 예산안에 대해 총 11조5000억 원을 증액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정부 예산안 가운데 덩치를 줄이라고 요구한 감액 규모는 1조5000억 원에 그쳐 증액 규모에서 감액 규모를 뺀 순증액이 10조 원에 이르렀다. 기획재정부는 예산안 감액 규모를 넘어서는 예산 증액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방침이어서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사회간접자본(SOC)을 담당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도로와 철도 등 지역 현안사업 위주로 예산을 2조2000억 원 늘릴 것을 요구했다. 특히 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착공을 미루기로 한 20여 곳의 신규 도로 건설 사업에 예산을 배정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평창 올림픽 지원 도로 예산 등이 증액돼 내년 전체 도로 예산이 9조 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당초 도로 예산을 8조4000억 원대까지 줄였지만 국회에서 군살이 붙은 셈이다. 민주당 주승용 국토교통위원장(민주당)은 전남 지역의 주요 민원 사업이었던 보성∼임성리 철도 착공비 200억 원을 신규 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서해선 복선전철(600억 원)과 중부내륙철도 이천∼문경(260억 원) 등도 상임위 심사에서 예산이 증액됐다.

18일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킨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건립 및 광산길 확장 사업에 정부안보다 193억 원 많은 1245억 원을 책정했을 뿐 아니라 정부 예산안에는 없던 게스트하우스 조성비 등으로 72억 원을 요구했다.

이처럼 쪽지 예산이 늘어난 상황에서 진행되는 예결위 예산안 조정소위원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감액 대상 사업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민주당은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 창조경제 관련 사업 등을 ‘박근혜표 예산 사업’으로 규정하고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이들 사업은 청년 일자리를 만들거나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려는 취지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예산’으로 이름 붙여 정치적 잣대로 해석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길진균·박재명 기자
#예산심의#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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