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y 김연아]풍부한 연기+고난도 기술… 벌써부터 설레는 여왕의 무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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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쇼트+프리 현미경 분석

‘피겨 여왕’ 김연아(23)에게 내년 2월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은 선수로 출전하는 마지막 대회다.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 김연아는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과 함께 심혈을 기울여 새 작품을 만들었다.

김연아는 7∼8일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쇼트프로그램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Clowns)’와 프리스케이팅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를 처음 선보였다. 쇼트프로그램에서는 한 번의 점프 실수에도 높은 예술성을 인정받아 73.37점이라는 좋은 점수를 받았다.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초반 트리플-트리플 점프 실수를 했지만 131.12점이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김연아는 매 시즌 새 작품을 공개할 때마다 “최고”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의 새 프로그램 역시 소치 올림픽에서 또 한 번 역대 최고 프로그램이라는 찬사를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정적인 쇼트프로그램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배경 음악은 뮤지컬계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이 작곡한 뮤지컬 ‘리틀 나이트 뮤직’의 삽입곡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다. 중년 여배우가 실연의 아픔을 겪은 후 이를 잊기 위해 과거의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부르는 노래다.

흥미로운 점은 쇼트프로그램에서 프리스케이팅으로 이어지는 연기의 패턴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까지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제임스 본드 메들리’나 ‘죽음의 무도’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곡을 택했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레미제라블’과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협주곡 F장조’처럼 우아한 음악을 선택했다. 그렇지만 이번 시즌에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실연의 아픔과 청춘의 아쉬움을 더한 서정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의상도 곡의 느낌에 맞게 따뜻하고 서정적이며 포용하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제작했다. 국내 디자이너인 안규미 씨가 김연아의 의견을 반영해 디자인했으며 올리브그린 색의 원단을 사용했다. 또 하늘거리는 소매와 치맛단으로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도록 했다. 점프 구성은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역대 최고 난도의 프리스케이팅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인 ‘아디오스 노니노’는 아르헨티나의 탱고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작품으로 1959년 첫선을 보인 후 여러 차례 편곡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우리말로 “안녕, 노니노”라고 해석할 수 있는 이 노래는 아버지를 여읜 피아졸라가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곡이다.

김연아는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2006∼2007시즌에 쇼트프로그램으로 스페인의 무희를 완벽히 재현한 ‘록산의 탱고’를 선보였는데 선수 생활의 마지막 무대에 다시 탱고를 선택한 게 우연만은 아닌 듯하다.

아디오스 노니노는 그동안 김연아가 해온 작품 중 가장 어려운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김연아 스스로 “이 작품을 선택하고 한 달 만에 후회가 들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안무가 윌슨은 “풍부한 감정과 갑작스러운 변화를 지닌 곡이라 이 곡을 연기로 표현해낼 선수는 오직 김연아뿐”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말처럼 이 작품은 쉴 틈 없을 정도로 숨 가쁘게 이어진다. 점프 구성은 지난 시즌과 대동소이하지만 초반에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점프, 트리플 플립 점프,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 점프 등 난이도 높은 트리플 점프 3개를 연달아 배치한 게 눈에 띈다. 대개 어려운 점프를 뛴 후에는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갖지만 이 작품에서 김연아는 스핀과 스텝을 하는 사이사이에도 끊임없이 다양한 안무를 소화한다. 이정수 심판은 “기술 사이에 연결 고리를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하고 어렵게 만들어 놨다. 이 작품을 소화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다른 선수들과는 클래스의 차이가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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