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들에게 작은 날개를 달아주고 싶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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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감독 내정 강수진씨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내정자는 “‘국립’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발레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내정자는 “‘국립’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발레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여성호르몬이 확 올라오는 느낌과 비슷했어요. 남편을 처음 만나 ‘아, 이 사람이구나’ 했던, 평생 겨우 한두 번 겪는 느낌. 그런 느낌으로 예술감독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달 초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내정된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 씨(46)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와룡동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면서 “발레단과 예술감독이 서로를 알아가며 탄탄한 바탕을 만들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어떤 기대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모든 구성원이 편안한 마음으로 각자의 재능과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작은 날개를 달아주고 싶어요. 임기 3년은 긴 시간이 아닙니다. 큰 단체를 운영하는 틀을 갖추려면 최소한 5년이 필요합니다.”

19세 때인 1986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사상 최연소 단원으로 입단한 강 씨는 수석무용수로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내년 초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발레단과 함께 ‘나비부인’ 공연을 마치고 2월 3일에 입국해 예술감독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는 “국립발레단 무대에 무용수로 오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발레단을 발전시키기 위해 온 것이지 내가 주역이 되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만약 어떤 시기에 그런 시도가 도움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나중에 생각할 일이죠.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무용수를 가르치면서 ‘내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게 많구나’ 깨달았습니다. 힘든 연기를 시범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현역 무용수 예술감독의 강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백 번 말하는 것보다 빠르고 확실할 테니까요.”

강 씨는 앞으로 국립발레단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를 묻는 질문에 “팀워크”라고 답했다. “밖에서 어떤 흔들림이 닥쳐와도, 혹시 좋지 못한 작품을 공연한다 해도, 스태프와 무용수들의 팀워크가 탄탄하면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발레리나로서 큰 사랑을 주신 데 대해 늘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며 살아왔습니다. 이제 그 사랑을 모든 국립발레단 단원과 스태프에게 주시기 바랍니다. 평생 발레를 하면서 단 한 번도 후회가 없었습니다. 발레를 하게 된 것이 너무 감사했죠. 그런 마음을 갖게 된 까닭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습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국립발레단 감독#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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