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저물가 행진’ 한국경제 뒤로… 아른거리는 ‘일본식 디플레’ 그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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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경제연구소 경고 잇달아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째 이어지면서 한국이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일본이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이 같은 디플레이션에 발목이 잡혀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한국이 현재 디플레이션 직전 일본과 같은 상황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은행은 이를 반박하며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18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최근 14∼15개월 동안 매우 낮은 상태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며 “혹시 일본 등 과거의 다른 나라처럼 디플레이션 압력은 없느냐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민간 경제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한국은 1년 넘게 전례 없는 낮은 물가를 경험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6월 이후 18개월 연속 한은의 중기물가안정목표 범위(2.5∼3.5%)를 밑돌고 있다. 1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9% 오르는 데 그쳤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가 3개월 연속 ‘0%대’의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이는 한국경제가 외환위기 여파로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던 1999년 7∼9월 이후 14년 만이다. 물가가 낮으면 당장 소비자들에게 득이 될 것 같지만 저성장 국면에서는 경제 전체가 활력을 잃으면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한국 경제는 2, 3분기 연속 ‘0%대 성장률’에서 벗어났지만 2011년 이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1990년대 6.3%였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 3.9%, 2011∼2012년 2.4%로 낮아졌다.

일본식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하는 이들은 이 같은 저성장-저물가 현상을 근거로 든다. 일본의 경우 1993년부터 5년여 동안 극심한 저성장-저물가 현상을 경험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1980년대와 1993∼1998년의 기간을 비교해 보면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5%에서 1.4%로 급락했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9%에서 0.7%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급속한 고령화와 은퇴세대의 낮은 소비성향, 건설투자 침체 등 구조적인 내수 부진이 겹쳐 디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됐는데 이 또한 한국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일본과 달리 한국의 저물가는 수요 감소보다는 국제유가 등 공급 요인에 따른 것이므로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없다고 반박한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올해 낮은 물가에 대한 기저효과, 무상보육·급식 등 정책효과 소진 등으로 내년에는 물가상승률이 다소 높을 것”이라며 “일각의 디플레이션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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