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극장가, 개봉일의 흥행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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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11일 ‘변호인’ 18일 ‘용의자’ 24일

‘선점’ 전략을 택한 ‘집으로 가는 길’, 지난해 대선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변호인’, 젊은 관객을 겨냥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는 ‘용의자’(위쪽부터).
‘선점’ 전략을 택한 ‘집으로 가는 길’, 지난해 대선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변호인’, 젊은 관객을 겨냥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는 ‘용의자’(위쪽부터).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변호인’. 18일 개봉하는 이 영화의 원래 개봉일은 19일이었다. 지난해 대선일과 같은 날짜다. 양우석 감독은 “우연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영화의 소재에 더해 개봉 일자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았다. 한 영화계 인사는 “배급사가 의도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입소문이 끊임없이 난다는 점에서는 흥행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결국 ‘변호인’의 배급사는 개봉일을 하루 앞당기는 요즘 추세를 따르는 쪽을 택했다.

영화 흥행에서 개봉일은 중요 변수로 꼽힌다. ‘변호인’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할 예정이던 전도연 주연의 ‘집으로 가는 길’과 공유의 ‘용의자’는 각각 11일과 24일로 개봉일을 바꿨다. 세 작품은 대형 배급사인 NEW, CJ E&M, 쇼박스의 연말 야심작이다.

‘집으로 가는 길’의 배급사인 CJ E&M은 “영화의 성격상 개봉하자마자 주목을 받기보다 서서히 입소문이 날 영화라고 판단해 12월 초로 개봉 시기를 앞당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화계에서는 ‘집으로 가는 길’과 ‘변호인’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여서 관객층이 겹칠 것을 예상한 배급사가 극장을 선점하기 위해 개봉일을 앞당긴 것이라고 본다. 올해 초 개봉한 ‘7번방의 선물’도 당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은 ‘베를린’보다 일주일 앞서 개봉해 1200만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용의자’는 청소년층을 겨냥해 기말고사가 끝난 뒤인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개봉 시기를 늦췄다. 쇼박스는 “10대부터 30대까지를 주 타깃으로 삼고 온라인 마케팅을 일찍 시작했지만 액션 장르는 연휴에 더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는 달리 맞불전략을 택한 쪽도 있다. 김아중 주원 주연의 ‘캐치미’는 ‘변호인’과 같은 18일 개봉한다. 로맨틱 코미디인 이 영화는 앞의 세 작품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어서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이전에도 이 전략으로 재미를 본 적이 있다. 올여름 45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설국열차’가 개봉할 당시 롯데는 35억 원짜리 ‘더 테러 라이브’를 개봉했고, 55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여 흥행에 성공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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