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에서 돌아온 박지성 아인트호벤의 빛과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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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17일 07시 00분


PSV 에인트호벤 박지성. 사진|PSV 에인트호벤 공식 페이스북
PSV 에인트호벤 박지성. 사진|PSV 에인트호벤 공식 페이스북
79일 만에 선발 출전…팀 5-1 완승 견인

부상에서 돌아온 ‘산소 탱크’ 박지성(32·아인트호벤)이 팀의 소금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박지성은 16일(한국시간) 위트레흐트와 네덜란드 리그 1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팀의 5-1 완승에 힘을 보탰다. 9월29일 알크마르와 9라운드(1-2 패)에서 상대 선수에게 왼 발목 부위를 밟혀 그라운드를 떠난 뒤 79일 만의 선발 출전이었다. 박지성은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왕성한 활동량과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쳐 후반 33분 교체 아웃될 때 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최근 리그 7경기에서 2무5패로 부진하던 아인트호벤은 모처럼 막강화력을 뽐내며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 소금 역할

아인트호벤은 박지성이 부상 당한 뒤 8경기에서 1승2무5패로 부진했다. 선두권이던 팀 순위도 중위권으로 크게 떨어졌다. 그리고 박지성이 부상에서 회복해 선발로 나선 첫 경기에서 5골을 뽑아내며 대승을 거뒀다. 박지성이 마법이라고 부린 것일까. 물론 그것은 아니다. 박지성과 함께 중앙수비수 부르마, 왼쪽 수비수 빌렘 등이 나란히 부상에서 돌아와 수비진이 안정을 찾은 게 컸다. 운도 많이 따랐다. 전반 3분 마헤르의 크로스가 그대로 행운의 득점으로 연결됐다. 전반 21분에는 페널티킥을 허용했지만 골키퍼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한 마디로 아인트호벤으로선 뭘 해도 되는 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지성의 플레이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박지성은 오른쪽 윙으로 뛰었다. 윙 플레이보다는 중앙으로 들어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상대 맥을 끊었다. 아인트호벤은 현재 중앙 미드필더들이 부상으로 모두 빠져 고전 중이다. 박지성이 이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 서형욱 TvN 해설위원은 “박지성은 공격 가담보다는 상대 역습에 대비하며 팀에 모자란 부분을 채웠다.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평했다.

득점 기회도 있었다. 박지성은 전반 막판 한 차례 역습 찬스에서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아 골문 반대편으로 오른발 땅볼 슛을 날렸지만 살짝 빗나갔다.

● 솔선수범

올 시즌 아인트호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다. 박지성 말고는 대부분 선수들이 1990년대 초,중반 태생이다. 서로 득점 욕심을 부리다가 어이 없이 놓치거나 경기가 안 풀릴 때는 대 놓고 짜증을 내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먼저 골을 넣고도 쉽게 역전을 허용하는 모습도 잦았다. 그라운드에서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절실하다. 박지성의 복귀가 이런 측면에서 큰 힘이 됐다. 박지성은 말을 많이 하거나 후배들에게 자주 주문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훈련 때나 실전 때나 묵묵히 자기 몫을 한다. 모범적인 플레이로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서 위원은 “젊은 선수들이 10대 소년일 때 박지성이 팀에서 워낙 좋은 활약을 펼치지 않았나. 그들에게는 박지성이 일종의 롤 모델이다. 그라운드에서 성실하게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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