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경환]만성적인 지하철 적자, 노인 무임승차 탓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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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본부 연구위원
고경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본부 연구위원
30여 년간 65세 이상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시행되어 왔던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가 삐걱거리고 있다. 6개 광역도시 지하철공사들은 누적 적자의 주요인을 노인 무임승차로 보고 대상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높이고, 소득에 따라 차등 적용하자는 건의안을 내놓았다.

국가는 노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1980년 초부터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시행해 왔다. 이 제도는 교통을 이용하는 노인에게 무료로 필요할 때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하는 서비스로 다른 복지사업에 비해 적은 재정으로도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았다.

지하철 적자 원인과 개선안을 노인 무임승차에 두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경영악화의 원인은 높은 운영원가와 수송원가보다 낮은 운임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2013년도 상반기 운수사업과 부대사업의 수익 중 인건비와 동력과 조명에 필요한 전기료, 그리고 터널을 포함한 선로설비자산의 감가상각비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나머지 10%로 갖가지 비용을 지출해야 되니 흑자는 어렵다. 또한 ‘서울도시철도 수송계획’을 보면 2012년도 ‘승객 1인당 수송원가’가 1287원, 이에 비해 기본운임은 1050원으로 승객당 237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객이 늘수록 손해 보는 경영구조다.

노인 무임승차로 적자가 발생하였다는 주장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노인들이 무임승차하는 경우 유료 승객들이 그만큼 이용하지 못해야 하지만(배타성) 현실적으로는 혼잡을 야기할 뿐 다른 어려움이 있을 수 없다. 또 시민의 발인 지하철은 승객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정기적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무임승차 노인이 없더라도 해당 손실은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지하철공사는 적자액이 노인 무임승객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들로부터 운임을 받았더라면 이 정도 적자를 보전할 수 있다는 의미로 주장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건의안으로 제시한 연령의 상향 조정과 소득의 차등 적용을 보면, 먼저 우리나라는 노인복지 제도가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설정한 경우가 없다. 노인복지의 대표 격인 기초노령연금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노인복지법 등은 65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유엔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도 노인 인구를 65세 이상으로 정의하고, 거기에 기준을 두어 노인 인구비율이나 노년 부양비 등의 지표를 산출하고 있다. 따라서 무임승차 제도만 기준 연령을 높이는 것은 제도 간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하지만 당면한 지하철의 재정적자는 실제 상황이며 급속한 고령화 추세에 따른 대책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세상에 공짜 복지는 없는 만큼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하철공사는 운임구조와 부대수입에 대한 균형수지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교통 관련 기관에 노인 우대 의무만 부과할 것이 아니라 운영에 대한 적정한 재정보조도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교통요금 수준도 적정한지 판단해 볼 일이다.

고경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본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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